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날 Aug 22. 2022

자녀 훈련시키기

군에서 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아왔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서 행군을 하는데,

수십 킬로를 걸어갔다가 야영까지 하고 다시 걸어서 돌아온다.

군홧발로 오랜 시간 걸어야 하기에 물집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지어져 있고, 오르막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채로 참고 걸어야 한다.

혼자서 낙오되어도 안되고, 앞서가도 안된다. 함께 보폭을 맞추며 쓰러지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가며 함께 걸어가야한다.


'훈련'하면 군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문득 군대의 훈련만큼 혹독하고 강한 훈련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생활 습관이 엉망이던 사람도 군대에 다녀오면 바로 잡혀서 돌아오는 것을 종종 보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기숙사 살던 시절 각 방에 4명씩 2층 침대 두 개와 책상 4개가 놓여서 함께 공동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여학생 방과 남학생 방이 확연히 달랐다. 여학생들 방이 깨끗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여학생들 방은 방바닥에 발 디딜 곳도 없을 만큼 짐이 쌓여 있고 책상 위도 지저분하고 청소하지 않아서 더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반면에 남학생들 방에 갔다가 너무 깨끗해서 놀랐었던 적이 있다. 그때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왜 그럴까? 4명 모두 정리 정돈을 잘해서 깨끗했었다. 청소도 매일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매일 청소하는 방 같았다.

그때 그 방에는 다들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었다. (그것은 훗날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그냥 깔끔한 남자들인가 보다 생각만 하고 넘어갔다.) 


또 한 번은 남편과 집안일을 해보면서 느꼈다. 여자들이 집안일을 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은 집안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나도 결혼하고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 엄마와 살 때는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차려주는 밥 먹고 숟가락 젓가락 놓고 일어서면 끝이었고, 방 청소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청소도 잘 못했고, 정리도 못했다. 엄마도 특별히 알려주거나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그냥 공부만 하라셨던 듯(이게 문제다)

빨래도 거의 안 해봤고.. 뭐 해본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대학 때 기숙사에서 지낼 때도 자취를 할 때도 어느 정도 청소도 하고 빨래, 설거지도 했지만, 그냥 그럭저럭 너무 지저분하지 않게 관리하는 정도였다. 내가 못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어깨너머로 본 게 있으니 시작만 하면 잘할 거다 생각했었다. 청소 못한다고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결혼하고 내가 다림질을 해 놓은 옷을 보고 남편이 "왜 다림질 안 했어?" 라며 다시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열심히 해 놓은 것을 못 알아차린 것도 그렇지만, 남편이 한 것과 내가 한 것이 아주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적당히 주름이 펴지면 되었지만, 남편은 각이 잡히게 했다.


그리고, 하나 더 빨래를 널 때마다 다른 것을 느꼈다. 빨래는 내가 늘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니 잘한다 생각했지만, 남편이 널어놓은 빨래는 탈탈 털어서 주름까지 펴질 정도였고, 반듯하게 널어놓아서 다 널고 나면 건조대 위에서 빨래가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내가  빨래는 빨래를 얹어 놓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하는 것을 보았으니 나도 따라 하면 잘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는 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아무리 해보아도 잘 안되었다. 그래서 다림질도 안 하게 되었고, 빨래 너는 것도 남편에게 해달라고 할 때가 많았다.


또 한 가지, 지인과 대화 중 자녀가 군생활 중이라는 얘길 들었다.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이야기를 통해 들었었고, 이전 모습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군대에 있는 아들 사진이라며 보여주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멸치와 같은 몸에 안경 낀, 길쭉하고 마른 얼굴로 볼 품 없었던 녀석이 군대에선 어깨 짱이 돼있었고, 구릿빛 피부에 얼굴도 살이 제법 붙어서 내가 알던 아이돌 누군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군에서 매일 밥을 규칙적으로 먹고 운동을 하니 이렇게 변했단다. 집에서는 그토록 엄마가 노력했어도 안되던 것을 군대가 해냈구나 생각을 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20년 동안 나물 한번 안 먹던 아이가 지금은 나물을 잘 먹고 있다는 얘길 하셨다. 군대가 그렇게 바꿔놓았단다.

집에서 엄마가 아들 입에 나물을 넣어주려고 수도 없이 노력했었으나 실패했던 일을 군대에서 2년 동안 지내면서 성취해냈고 그 아들은 얼마 뒤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변신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그 아들의 활약을 듣고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사례를 통해서 훈련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돌봐주고 정서적으로 결핍되지 않도록 공감과 사랑을 주는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로부터 의식주를 채워주는 돌봄만 받았을 수 있지만, 아니 오히려 안 좋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꼭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받고 필요할 때 적당한 정서적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나 역시 훈련받지 못했다. 부모는 자녀를 훈련시켜야 한다. 군대처럼 강압적으로 명령식으로 하달식으로 복종을 강요하면서 훈련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잔소리가 훈련은 아니다.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배울 수 있었는데,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고 경험하며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는 것을 통해 자녀들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스스로 터득하고 다음번에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부모는 자녀가 인생을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 줘야 하는데,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말로 해줘야 할 부분도 많다) 대부분은 인내하며 기다려주면서 엄마의 개입을 최소로 하고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때로는 실패와 창피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단다.


한 번은 금쪽 상담소에서 그런 사례를 보았다. 한 엄마는 10대 자녀 문제로 상담소에 나왔다. 문제는 학교 갈 때마다 늑장을 부려서 지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엄마가 늘 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가거나 차로 데려다줘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바뀌지 않아서 현재는 시간이 얼마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기다리다가 수업시간이 임박해지면 데려다주고 있다고 했다. 바뀌지 않고 매번 그렇게 늦는 딸을 보며 엄마는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지만 아이가 언젠가는 바뀌겠지 깨닫게 되겠지 하면서 기다려 주고 있었다.

얼마나 착하고 좋은 엄마인가! 그런데 오은영 박사님은 다른 얘길 하셨다. 엄마가 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늦지 않도록 챙겨주는 게 아니라 자녀가 늦어서 지각도 해보고 지각을 하면 어떤 손해가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지 경험해 보도록 해주어서 아이가 지각하면 안 좋은 거 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부모는 지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고, 안 좋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지각하지 않도록 매번 도와줬지만, 사실 이 아이에게는 지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훈련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히려 도와주는 것은 쉽다'라고 말했다. 훈련을 시작하면 갈등이 생겨난다. 도와주는 것은 엄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엄마의 몸이 힘들지 몰라도 자녀와 갈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 자녀에게 어떤 훈련을 시켜야 할까?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나도 첫둥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각을 하면 안 되니 몇 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러기 위해서는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양치도 해야 하고 마스크도 찾아 써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처음에는 내가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며 하나씩 챙겨주었다. 

하지만, 이 많은 것을 엄마가 옆에 따라다니면서 하나씩 챙겨주고 현관에서 배웅을 하면 자녀는 매일 같은 패턴으로 행동하며 스스로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 늘 엄마가 챙겨줘야 하는 아이가 된다.

오히려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줘야 한다. 실패하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지각했을 때 앞문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창피한 것인지 본인이 몸소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지각은 하지 말자는 한 가지의 생각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학교 지각하지 않기. 숙제하기, 씻기, 정리하기 등의 생활습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성취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도 배워가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스스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습관으로 삼은 사람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만약 영어를 못한다면 매일 학교에 다녀와서 20분씩 영어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면 된다. 20분이 어려우면 5분만 하면 된다. 그렇게 꾸준히 몇 년을 하게 되면 영어의 실력이 생긴다. 이전과 달라진 실력으로 자신감도 생겨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영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매일 꾸준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려고 하는 자세가 생겨난다. 자기 효능감이 생겨나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나간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간다면 인생에서 못 헤쳐나갈 것이 없다고 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해 놓고 , 매일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부모는 언젠가 자녀의 곁을 떠나가야 한다. 자녀 혼자 이 세상에 우뚝 서서 살아가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내 자녀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 역할을 잘 해내며 세상에서도 단역일지라도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하며 꾸준히 노력해 가는 습관을 이어간다면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에 그의 모습은 계속 달라지고 성장할 것이다. 먼저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좋은 습관을 꾸준히 행하는 모습을!


이전 19화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