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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Dec 24. 2021

'사랑하면 아프다고 하더니, 진짜네'

둘째의 대학병원/병원 진료 경험이 여러 차례여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록해본다. 

1.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빈 호흡 증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5일간 입원 후 퇴원. 

2. 입원 시 검사 중 심장 구멍 발견하고, 3개월 뒤 심장초음파 함. (심장 구멍 저절로 막힘.)

3. 머리 사경 증상/머리 기울어짐이 나타나 재활의학과 진료 후 재활치료 다님. 일주일에 한 번씩. 3개월 가량 다닌 듯.

4. 유아 재활치료사를 만나 아이의 상태를 체크. 발에 힘주기가 사라질 시기인데,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아직 남아 있다고 얘기함. 신경의 어떤 문제인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달이 조금 느릴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니 이상 없이 잘 성장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음.

5. 머리둘레가 커서 신경외과 진료. 대두증 의심. 

6. 뇌 초음파, 뇌 mri, 뇌파검사 2차례, 

7. 발달검사 몇 개월마다 진행


머리가 기울어진 채 있는 아이를 데리고 재활치료를 얼마나 다녔는지 모르겠을 그때에 둘째의 머리 기우뚱이 사라졌다. 항상 한쪽으로 머리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균형 있게 세워져 있었다. 집에서도 수시로 운동을 시켰었는데, 운동의 효과가 갑자기 나타났거나 아이가 자라 가며 목과 허리에 힘이 더 생겨서 저절로 사라졌거나 둘 다 이거나. 기적같이 사라지고 그 일이 꿈처럼 잊혀버렸다. 

그러고 얼마 뒤인지 신경외과에 가게 된 것이다. 이제와서 건강 염려증과 불안으로 인해 아이를 너무 병원으로 데려가서 덫과 같이 걸려든 것 아닐까 하는 자책도 해본다. 


첫째 때는 계류유산 후에 생긴 아이라 뱃속에 있는 내내 혹여나 잘못될까 모든 걸 조심조심했다. 둘째 때는 그런 걱정 없이 제법 편하게 지냈었는데 나의 무심함 때문에 관심이 필요해서 였을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니 온통 내 마음을 채우며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이의 머리 기울어짐도 대두증도 한번도 상상해 본적도 주변에서 본 적도 없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엄마들은 항상 죄책감이 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그때 실수해서.. 지켜주지 못해서..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나도 밤마다 머릿속에서 둘째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괴로웠다. 누군가 애 잘 크고 있냐고 물어보면 둘째 얘기를 하다가 꺼이꺼이 울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를 되돌아보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우주 블랙홀 속의 시간이 분절화되어 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내가 그곳에 갇혀 있는 게 보이는 듯하다. 

그때의 나는 그곳에 갇혀 있고, 지금의 나는 이렇게 자유롭다. 그렇게 시간마다 여러 개의 내가 계속 있는 것처럼 이제 이 문제에서 벗어났음에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진짜 괜찮은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으니까.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서울의 큰 병원 두 군데를 찾아갔다. 첫 번째 찾아간 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긴장이 풀려버렸다. 서울 00 병원에서는 내가 다녔던 지방의 00 병원의 A교수님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교수님 때문에 자신까지 힘들다는 식의 얘기를 하셨는데, 거기에서 자꾸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여서 엄마들이 확인차 찾아온다라고 하셨다. 

"머리가 큰 사람도 있고, 키가 큰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어요. 크다고 다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어요. 

문제가 될 때 조치를 취하면 될 거 같아요"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에 '살았다'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어서 긴장이 확 풀렸다. 내가 들고 간 검사 서류가 너무도 많고 나의 질문도 너무 많아서 선생님이 피곤하셨을 듯하다. 


 내가 서울 병원에 간다고 다니던 병원 A교수님께 말씀드리자 "그 병원 가지 말고, 00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내가 가려는 병원은 자신과 의견이 반대라서 이런이런 얘기를 할 거라고 하셨다. "거기는 너무 큰 병원이라 전국의 심각한 환자들이 올라오니 애기 엄마 같은 사람은 신경 써주지 않는다. 지켜보자고 해서 문제생겨 뒤늦게 우리 병원으로 찾아온 아이들이 꽤 많다"고 하셨었다. 


그렇게 써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이기에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한 군데 더 찾아갔다. 바로 A교수님이 추천해주신 곳. 자신과 의견이 같은 곳이라고 하셨으니. 

너무나 큰 병원 로비에서 병원이 이리도 멋지고 깨끗하고 좋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랑 로비를 다니며 기대가 되었다. 

교수님을 만나 모든 검사 서류를 보여주고, 그간의 얘기를 해주었다. 

젊은 교수님이었는데, 서류를 뒤적이며

 "(아리송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아.. 왜 이렇게 검사를 많이 했어요? 아이가 힘들었을 거 같은데?"

 "네.."

"말이 안 나오네요. 검사 결과 문제가 없으니 아이에게 문제가 되는 증상이 나오면 그때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

"네, 감사합니다!"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때 이렇게 기뻤었던가? 그때의 기분이랑 데쟈뷰되었다. 실은 그때보다 더 기뻤다. 

아이의 가치는 나의 인생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돼서 좋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아프기도 하구나.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 생기니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상황도 만들어진다. 너무 사랑해서 더 힘들었었다. 

내가 아픈 것 보다 더 겁이 나고, 무서웠다. 

그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석방된 기분이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장면만큼이나 감격이 넘쳐났다. 

그날 파티를 했을 거다 아마도. 그 뒤로 병원 근처에도 안 가고 있다. 발달 검사는 주기적으로 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안하고 있다. 

아이가 다녔었던 그 병원은 결코 가지 않고, 그 근처도 가고 싶지 않다. 그곳에 가면 그때의 내가, 아니면 나와 같은 애기 엄마들이 절망감을 감추고 걷고 있는 게 아닌지 해서 마음이 무겁다. 

그렇게 다시 평안이 찾아왔다. 아이가 느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프지만 않으면 된 거다'라고 내 마음이 한 없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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