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꼬북이는 현재는 6살이다. 12월생.
12월생만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 항상 또래보다 작고, 느려서 스트레스받고 열등감이 생긴다.
나도 모르게 "너는 12월에 태어나서 그래. 태어나자마자 열흘 뒤에 2살이 됐어. 그러니, 니 또래 애들 중 1월에 태어난 아이들과 비교하면 키가 작을 수밖에 없어." 아이가 좌절할 때마다 또는 좌절하기 전에 미리미리 말해주며 너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12월에 태어나서 그런 거야라고 해두었다.
"친구들이 너보다 더 크지만, 나중엔 친구들의 성장이 멈추고 너는 더 늦게 까지 클 거야. 그래서 결국에 비슷하게 되는 거야. 지금은 좀 작지만 괜찮아"
아이를 위로한답시고 한 얘기가 아이에게 '나는 못하는 게 당연해. 난 늦는 게 당연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단다.
놀이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선생님이 나의 얘기를 듣고, "어머니, 이제 그런 얘기는 하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하셨다. 앞으로는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참 어렵다. 수많은 상황에서 잘 분별하고 통찰하여 시의적절하게 좋은 타이밍에 도와주는 것이 지혜일 텐데 그게 어렵다. 나는 선한 의도였지만, 아이에게는 '나는 느리고,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말았다.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넌 소중하고 특별한 아이야'라고 말해도, 나의 말과 행동들로 아이의 자존감은 손상을 입고 있었다.
아이가 느린 건 사실이다. 나는 아이가 얼른 이 갭을 따라잡길 원하거나 평균 무리에 들어가야 안심이 될 거 같다. 지금도 고민 중이고, 노력 중이다.
아이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 중 토끼와 거북이 동화가 있다. 토끼는 빠르게 태어났다. 무엇이든 잘하고, 앞서 나간다. 이에 반해 거북이는 모든 게 느리다.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경주에서 토끼는 여유롭게 쉬기도 하고, 낮잠도 자지만 거북이는 꾸준히 쉬지 않고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거북이가 질 수밖에 없는 경기이지만 결국엔 거북이가 승리를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해주며, "느리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느리다고 못하는 게 아니라 더 노력해야 해낼 수 있다는 거야. 네가 더 노력해야 해. 매일매일 꾸준히 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얘기가 나온다. "실은 우리는 모두 거북이야. 너만 거북이 아니야.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가 주인공이야. 거북이처럼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이 반드시 승리하는 이야기야. 엄마 봐봐. 매일 노력하잖아.(나는 매일 정해놓은 숙제를 꾸준히 하고 있다. )"
세상은 거북이들이 승리하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그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나 거북이야?"
"대부분의 사람은 거북이야. "
"거북이가 이겼어!"
"맞아, 거북이가 결국 해냈어!"
나도 거북이의 힘을 믿는다. 매일매일 느려도 한 걸음씩 쌓아 가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거북이 아들, 토끼 아들 둘 다 키우면서 깨닫는 바가 있다. 그것은 우리는 모두 거북이같은 인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서 거북이가 승리한다. 토끼와 거북이는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승리한다는 우리들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 결국엔 거북이들이 승리한다. 너는 승리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