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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an 18. 2022

발음학교를 다니다.

발음치료

12월생 꼬부기.

대두증의심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다 검사를 그만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5개월정도 지속적으로 느리다. 5개월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보통 12개월에 걷는데 우리 아이는 17개월 부터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7개월이 정상 발달 커트라인이라고 한다)

선생님들은 5개월 느린 만큼 이 격차를 계속 가지고 자란다고 하셨다. 정말 조금씩 모든 게 느렸다. 

12월 생이기까지 했으니 16년 생이지만 아닌 17년생과 발달 속도가 비슷했다. 

정말 나를 애타게 했던 것은 내 아이의 성장속도가 느린데 반해 다른 아이들의 속도는 빠른 것이었다. 


우리 꼬부기가 걸을 때였다. 동네에 7~8개월 정도 되는 남자 아이를 알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당시에만 해도 우리 아이는 걷고 있었고, 그 아이는 걷지 못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 아이가 따라잡기 시작했다.  1살 어린 동생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꼬부기보다 키도 앞서기 시작하고, 몸무게 그리고 모든 발달들이 앞섰다. 


여러 이유로 꼬부기 어린이집을 1년 꿇려서 다니게 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어린이집을 떠나는 5세 시점에 1년 더 다니기로 결정을 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의 권유도 있었고 자꾸 넘어지고 머리나 얼굴을 다치는 꼬부기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4세 아이들과 어울려 1년을 더 다녔다. 훗날 아동발달센터에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지적해주었다. 아이들은 자극이 많은 만큼 발달도 많이 될 수 있는데, 또래가 아닌 한 살 어린 아이들이었기에 아이에게 자극이 덜 되어 아이의 발달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없었을꺼라는 얘기를 했다. 


5세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 이었다. 말문은 트여서 간단한 대화도 가능했었는데, 아이의 발음이 부정확해서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원래 내새끼가 하는 말은 다른 사람은 못알아들어도 엄마는 알아듣는다던데, 나조차 못알아 들을 때가 많았다.  

꼬부기: 쭈바 쭈쩨요

엄마: 뭐? 쭈쭈바?

꼬부기: 아니, 쭈바

엄마: 쭈바?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꼬부기: (엄마를 때리며) 아이쒸!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니 아이는 점점 언어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가족이외의 사람들은 더더욱 못 알아들으니 자연스레 말이 줄고,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점점 화가 많아졌다. 분노하고 폭력을 쓰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위가 늘어났다. 

아이가 갑자기 난폭해지는 거 같아 혼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모든 문제가 시작됬던 것이라 생각되어 언어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언어는 아이들의 발달에서 첫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느리면 모든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게 되고, 발달도 느려지고, 결국엔 자신감도 잃게 된다. 

그리고 성격도 변하게 된다. 그렇게 언어치료센터에 가서 상담과 검사를 받았다. 센터 선생님은 발음 치료를 권하셨고, 이비인후과가서 발음 검사를 해 오라 하셨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선생님과 둘이 방으로 들어가서  컴퓨터와 마이크 앞에서 그림을 보며 단어말하기를 했다. 아이 발음은 프로그램이 분석해 내서 결과를 알려주었다. 컴퓨터는 몇 개의 발음이 다르게 들리고 있어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과지를 들고 주민센터에서 지원신청을 하고 기다린 후에 보조금을 받아 언어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언어치료를 받는 과정은 우리가(엄마들이) 어릴적엔 없어서 그런지,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도 해서 어디에 가야 할지 도통 이해가 안됬다. 선뜻 움직여지지 않는다.  어떤 것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모르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몰라서 망설이기만 했다.

 

내가 해본 방법으로는 먼저 언어치료센터로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면 다음 순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알려주기에 쉬운 코스인것 같다. 수업료는 당시 50분 1회 55000원이었는데(22년부터는 58000), 소득에 따라 몇 퍼센트 지원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지원금 이외의 금액만 내면된다. 우리는 15000원씩 냈다. 


그렇게 우리 꼬부기가 발음치료를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까지가 힘들었지 시작하고 부터는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 상태에 대한 진단이 나오고 마냥 불안했던 내 마음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려주시니 차츰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배웠는데,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이해했다는 반응을 해줘야 하고, 아이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가 말할 때는 하던 것을 모두 멈추고 집중해서 아이의 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긍정적인 피드백이 쌓여야 아이가 말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언어도 발달하게 되고, 발음도 고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아이의 말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말할 때마다 긍정적으로 반응했더니 아이가 몇주만에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발음은 여전히 ㅅ과 그외의 몇개의 자음을 다른 소리로 발음 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하는 점이다. '이번에도 나의 불찰로 되었구나' 하는 깊은 반성과 함께 엄마는 참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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