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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런닝셔츠의 쓸모

이토록 귀찮고 사랑스러운

by 그래그래씨


남편에게 까만색 반팔 런닝셔츠를 사줬습니다.



‘까만색 옷은 염료가 많이 들어간 옷이라

홈웨어로 적합하지 않다’며

저에게 버리라고 했습니다.


. . . 하 참나.


‘어~~이, 이 양반아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

너 때문에 순백색 같던 내 마음도

이 옷처럼 까맣게 물들었거든’

오늘도 속으로만 삼킵니다.


아까워서 랜덤박스 같은

아들 잠옷서랍에 던져 넣었습니다.

(입던 것도 다시 넣고…

말이 좋아 서랍이지,

사실은 의류 수거함에 가까운 그곳)


그런데 오늘,

멋있는 옷을 사줘서 고맙다며

아들이 학교에 입고 갔습니다 ㅜㅜ


런닝이라고 했더니,

담임선생님도 어제 똑같은 스타일 입고 오셨대요.


제가 선생님을 잘 아는데,

그분이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이 녀석이

아빠 닮아서,

패 • 알 • 못



아들이 새 옷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결국 새 런닝이,

주인을 용케 알아보고

자기 길을 찾아갔습니다.


옷 사줄 돈이 굳었습니다.

그 돈으로 제 콜라겐영양제 살 겁니다.




주름 진 이마도

주름 진 마음도

함께, 활짝 펴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측불가한 일상,

슬픈 건지, 웃긴 건지 … 오늘은 헛웃음으로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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