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완성/ 연재 마지막
연재를 잘 못 올려서 다시 올려요.
어제 장편을 완성했다.
자잘한 수정만 마무리하면, 다음 주쯤엔 원하는 곳에 원고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보내고 나면 이 소설과도 한동안 거리를 둘 수 있겠지. 원고지 500매 분량으로 끝났다. 막상 완성하고 보니 처음 시작할 때의 강렬함과 초고의 설정 중 일부는 서사의 흐름을 따라 조금 희미해지거나 바뀌었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이것이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부터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면 주말까지는 끝낼 수 있겠지만, 사실 자신은 없다. 내일은 독일에 있는 조카에게 다녀와야 한다. 왕복 16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조카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 사주고 오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최근 조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람 때문에 기운 빠지는 일이 있었다.
작년의 목표가 ‘쓸데없는 인간관계 끊기’였고, 꽤 잘 지켜왔다. 내년 목표도 같다. 감정 소모를 줄이는 것. 나는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이라 조절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가 원치 않는 자리에서 헤매고 있곤 한다. 내 마음을 흔든 사람은 자기 손으로 만든 급류에서 금방 빠져나오지만, 정작 나는 그 급류에 휩쓸려 전혀 다른 곳으로 떠밀리기도 한다. 그래서 내년의 목표를 조금 일찍 적어본다.
불필요한 인연에 연연하지 말기.
오래된 관계라 해도 서로를 할퀴고만 있다면, 일단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잃는 게 훨씬 무섭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를 증명하거나 방어하는 관계에 발들이지 않기
경험으로 그런 관계는 언제나 끝이 보인다. 글을 쓰는데 집중하려면 내 감정이 너무 중요하다.
반복된 일상의 패턴 외에 불필요한 감정으로 작업할 시간을 잃고 싶지 않다.
아버지는 오십일 세에 돌아가셨다.
나는 몇 년만 더 있으면 그 나이에 이른다. 간암이라는 걸 알고 사 개 월 만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나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 감정은 명확하게, 시간은 깔끔하게,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만 살아,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소비할 감정과 시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남겨두고 싶다.
오래 기다려 책이 나온다. 이 책이 다음 책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남들이 직장에 나가 일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글을 쓰는데, 온전히 소설을 쓰는 일에 집중했다고. 그래서 이제는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부지런히 써서 더 많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이야기로, 문장으로 대화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끝냈다. 이 원고를 내가 얼마나 오래 서랍 속에 넣어둘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이 아이는 조금 더 빨리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마주하면 좋겠다. 이 글의 ‘작가의 말’을 내년 초에는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애초에 이 작업일지는 장편을 완성하는 동안만 쓰겠다고 했으니, 오늘로 이 일지도 마무리다. 두 편의 단편을 더 쓰겠다는 계획이 있는데, 그 시기에 독서 노트도 연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이 여정에 함께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