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5 <원포인트업>중에서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나태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금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눈에 보여야 변화를 실감하고, 마음으로 느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한다는 것은 삶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록과 공유는 바로 이러한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5』 <원포인트업>중에서
모닝 페이지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어디에다 쓸 것인지를 고민했다. 노트북을 열고 자판을 두들겨 쓸 것인지, 빈 노트를 열고 만년필로 쓸 것인지. 글씨를 쓰기에 편한 것은 노트북이다. 나의 타자는 네 벌식 타자기부터 시작되었으니 유구한 역사가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작한 직장생활 내내 타자기, 전동타자기, 컴퓨터로 이어오는 기기들과 함께했다. 그러니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것은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편한 일이다. 써놓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없이 고쳐도 표시가 나지 않을 터였다. 나는 노트북 대신 날짜 지난 노트를 선택했다. 새로운 노트를 사서 시작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했으므로 책장 속에 묻혀있던 쓰다 만 노트를 선택했다.
어떤 계획은 즉시 실행해야 한다.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미루다 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다. 처음 얼마간은 손이 아팠다. 팔도 아팠다. 역시 노트북에 써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꾸준히 썼다. 아픈 손과 팔을 주물러 가며. 책을 읽으려고 할 때는 눈이 방해하더니, 글을 쓰려니 손이 방해 하는 모양새였다. 한 달쯤 지나자 손이 아프지 않았다. 매일 아침 글쓰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여행할 때도 모닝 페이지 노트는 꼭 챙겨간다. 노트에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다. 사정상 아침에 쓸 수 없을 때는 오후에 쓴다. 밤에라도 꼭 쓴다. 그렇게 시작한 기록이 아침 루틴이 되었다. 이제 30분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노트에 쓰는 글은 퇴고가 어렵다. 굳이 퇴고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의 뇌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한 번 써 놓은 글은 지우지 않는다. 웬만해선 다시 읽어보는 일도 없다. 그냥 썼다. 노트가 한 권씩 쌓여갔다. 시리즈물처럼. 너무 두껍거나 얇지 않은 예쁜 노트를 묶음으로 샀다. 앞으로 몇 년은 쓸 수 있는 양을 미리 챙겨뒀다. 새 노트를 쓰고 싶어 더 열심히 채우기도 한다. 한 권의 마지막 장을 쓰고 나면 뿌듯하다. 성취감이 뿜뿜한다. 나만의 책이 완성된다. 260페이지 분량이다. 매일의 삶을 기록하는 5년 일기도 쓴다. 한 면에 5년 치 그날의 일들이 기록된다. 지난해 오늘 내가 한 일을 보는 일은 재미있다. PDS 다이어리는 매일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록이다. 이 다이어리를 쓰기 전에는 첫 달의 몇 장만 쓰고 밀어두었었다. 그런데 이 다이어리는 나의 하루 일상을 가능하면 세세히 기록하게 한다.
손 글씨로 기록된 것들을 눈으로 보면 더 많은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글들은 노트북에 쓴다.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이 더 효율적이다. 퇴고를 하기에도 쉽다. 독서 기록은 손으로 노트에 쓴다.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노트가 메워져 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 뿌듯하다. 산책할 때 메모는 휴대전화에 한다. 지금은 기록할 수 있는 도구가 많다. 그때그때 적절한 것을 사용하면 된다. 가끔 한 번씩은 내가 써놓은 글들의 목록을 본다. 다음 목표를 향한 도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