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빛 Dec 07. 2022

노후를 고민하다

유연근무하는 아빠

벌써 노후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공부 좀 오래하다 늦게 취직해서, 결혼도 늦어지고, 아이도 늦어지고. 뒤늦게 아이 소중함을 알고 육아에 전념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나이가...  아이는 아직 어린데... 정신이 번쩍~ 듭니다.


요즘 매일 고민합니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고민을요. 

일반직장인은 정년이 60세, 대학교수는 65세, 사업자는 무제한. 일반직장인의 은퇴자금은 국민연금, 공무원과 학교선생님(교육공무원)은 공무원연금, 사업자는 벌어놓은 돈. 이 조건들에 따라 60세 이후의 생활수준이 또 한번 변하게 됩니다. 

연금이나 노후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어떻게든 노년에 제2의 직장을 구해서 생활비를 벌려고 할 것이고, 노후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자기보상의 뜻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노후를 보내려고 할 겁니다.


그럼, '나는 어떤 측에 드는 사람일까?' 상상해 봅니다. 

나는 일반직장인, 60세가 되었을때 국민연금은 얼마 안 될테고. 대부분 주택전세자금대출 갚느라 저축해 둔 돈은 없을 테고. 저축성보험도 젊을때 정리해서 실비보험밖에 없고. 노후대비용으로 늦은 나이에 넣기 시작한 미국주식은 수익이 깜깜무소식이고. 장기투자라 해도 너~무 장기라 죽을때 즈음에 수익이 날까말까 한 상황이고. 해외여행 가보자고 뒤늦게 조금씩 모은 정기예금통장에는 모인돈이 푼돈 밖에 안 되고... 뭐 더 나올 만한 숨은 통장 그런 거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더 나올 만한 게 없습니다. 

한심한 마음에 한숨과 헛웃음이 나옵니다. 내가 헛 살아온 것도 아니고 정말 열심히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살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내 현실이 답답하네요. 그냥 웃음이 나오네요.



그렇다면, 나의 문제점은 뭘까? 왜 나와 타인과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걸까? 골똘히 생각해 봤습니다. 잠시.

1. 순진하고 고지식하게 일하느라 저축을 많이 못한 잘못? ☞ 음... 그건 내 잘못이 맞는 것 같습니다.

2. 그럼 또 워가 있지... 음... 노후대비재태크 혹은 경제독립을 젊을때 설계를 안 해서? ☞ 음... 이것도 내 잘못이 맞는 것 같습니다. 좀 늦은 나이지만 책 읽고 유투브로도 공부하며 보험 정리하고 장기투자용 주식, 연금주식 같은 거도 들고 했는데, 근데 결과를 보니, 장기로 한 투자가 너~~무 장기투자가 되어 미국주식 수익이 깜깜무소식이고 나 죽은 다음에 수익이 날지 말지 하는 상황이고.. 이것도 내 잘못이 맞는 것 같습니다.

3. 부동산 재테크를 안 해서? ☞ 작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그땐 좋았는데 나중에 보니 실제로 아프트 주인은 내가 아니고 은행인 셈이라서 평생 대출금 갚느라 저축도 못하고 있고, 그나마 어찌어찌 청약으로 아파트라도 하나 건졌지만 애들 시집장가 보내려면 이걸 팔아야 할 게 뻔해 우울한 미래가 눈에 선하게 보이니.. 음.. 이것도 내 잘못, 내 문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

4. 또 워가 있지.. 나와 타인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버린 이유가...  돈 독이 올라 돈돈돈하며 자린고비처럼 생선을 천정에 매달아놓고 맨밥에 간장만 먹으며 돈을 방바닥 밑에 차곡차곡 모으지 못한 잘못? ☞ 음... 가장으로서 돈을 너무 안 쓴다, 자신을 위해서 돈을 좀 써라~고 애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은 적은 많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자린고비 스타일이나 강남스타일은 아니었으니, 음... 그건 내가 못 한 것이니 내 잘못이 맞고.




골똘히 생각해 보니... 

다 내 탓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다 내 탓 인 것 같아 마음이 안좋습니다. 실은 속으로 '이게 뭐 다 내 탓 만인가?' 푸념을 했었습니다. 사회비판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회복지가 두둑한 독일이나 핀란드가 아닙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지 모른다고 불안한 소문이 도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 때문이야~ 이 사회가 문제야~' 라거나 '나이들어 내가 모은 돈이 없으면, 노년에 정부/사회가 나를 먹여살려 주겠지..' 라고 방치한다 하여 내게 득이 될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합니다. 

나는 일반직장인이니 60세가 정년이겠고. 공무원도 선생님도 아니니 두둑한 연금도 없을 테고. 재테크해 둔 돈은 없을 테고. 장가 못 갈 뻔했는데 늦게 겨우 장가를 간 터라 내나이 60세가 되면 애들은 아직 어려 돈 들어갈 일이 많을 테고. 우리 부부 노년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 일은 계속 해야 할 테고...^^; 결론적으로 나는 60세 이후에도 열~심히 어딘가에서 돈을 벌고 있고 해외 몇달 살기는 꿈도 못 꾸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이 생각을 하니~ 좀 비참해 집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웃푼게... 사람이 정말로 어이없고 서러워 한숨이 나오면,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지는 게 아니고 고개가 위로 확~ 하고 졌혀지더라구요. 열이 나고 억울하고 서럽고 드러운 생각이 들면, 우선 한숨이 후~ 하고 나옵니다. 그런 후 고개가 위로 확 졌혀지면서 하늘이 보입니다. 근데 그때 더 화가 납니다. 하늘을 보잖아요. 아~~주 드높은 하늘을 보면 더 공허한 마음이 듭니다. ^^; 또 그때 마침 정말 청명한 하늘이 보이잖아요? 그럼 더 열이 받힙니다. 나는 이렇게 우울하고 허무한데, 하늘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정말이지, 맑고 청명한 게 저를 놀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더 열이 납니다. 고개를 들고 한숨을 몇 차례 푹 쉬다가 정신을 겨우 차렸습니다.


다시 곱씹어 봅니다. 

나는... 음.... 나 같이 일반적인 사람은  나이가 먹어서도 열심히 생계비 버느라 어딘가에서 놀지도 못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겠습니다. 그것도 자영업이 아닌 월급쟁이일 테고, 누군가의 혹은 어떤 조직의 밑에서 눈치보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겠습니다. 매달 생활비를 아껴써야 해 외식은 넉넉히 못 하겠네요. 만약 와이프가 오래된 냉장고 하나 교체하자고 하면 괜시리 화를 버럭내면서 딴 얘기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젊었을 때에는 "에이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넘겼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됩니다. 곡 닥칠 노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 주변에 퇴직 2-3년 남은 분들 중에, 어떤 분은 평생 일반회사서 문서작업만 하던 분이 벽타일미장공, 벽지공을 준비해야겠다며 알아본다고 분주하십니다. 그 분들도 10년 남기고 미리 준비하셨다면 지금 덜 불안할 것이고, 생각에 생각을 하고 준비 아닌 준비를 해 보았는데도 해 놓은 게 없다면,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힐 것 같겠다 싶습니다.



다시 돌아와.. 

노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란 사람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사람일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왜 왔고 다음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해 봅니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화두의 답이 나온다는데, 정말일까? 그것도 궁금합니다. 답답한 가슴 좀 시원해졌으면 하고 적어 내려간 글 때문에 더 답답해졌습니다. 괜히 적었나 싶습니다. 이 시대의 월급쟁이 엄마아빠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끝.

사진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사춘기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