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초등 자율의 힘
바야흐로 여름이었다...
아니, 지지고 볶는 여름 방학이다. 현직 교사이자 T인간인 나는 아이의 첫 방학을 대비하여 미리 시간표를 짜 놓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학원 시간과 사이사이 해야 할 루틴들, 학원 숙제 시간, 자유 시간이며 놀이 시간들을 테트리스처럼 엑셀의 시트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그때의 난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표라고, 사이사이 이동 시간과 식사 시간을 다 고려했기에 충분히 지킬 수 있을 만큼 널널한 시간표라고 믿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처참한 기분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루틴을 지키(게 하)는 일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 마치 일하기 싫어하는 소를 고삐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내 주도로 끌고 가다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이러다 나중에 조금만 머리가 굵어져도 공부를 놔버리게 되진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든다.
애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 잘 지켜야지. 다음주 수요일에 연재글이 올라가기로 되어 있는데 저장해둔 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부랴부랴 책장으로 달려갔다. 그래, 이걸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윤지영 작가의 '초등 자율의 힘'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의 나는 새로운 학교에 4학년 담임으로 부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였다. 다툼이 많은 반을 맡게 된 것이 힘들었고 매사에 억울해 하는 아이들 앞에서 나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다. 매일 난생 처음 듣는 거친 말을 들으며 절망하고 있을 무렵, 절박한 마음으로 인터넷 연수원에서 내게 필요한 연수를 찾아 헤매다 베스트 강좌에 있던 연수가 눈에 띄었다. '자율의 힘'이라는 강좌, 그리고 이 책은 그 연수의 교재였다. 결과적으로 이 강의와 책은 교사로서의 나를 많이 바꿔준, 내게 큰 영향을 끼친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https://brunch.co.kr/@6244807103c44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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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연수를 듣고 쓴 것이다. 그래, 3년 전의 나는 이 연수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어서 열정적으로 우리반에 써먹곤 했었지. 글을 다시 읽으니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한편, 이번엔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적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발췌한 부분이 나올 때, 교사 대신 엄마(혹은 양육자)로, 교실 대신 가정으로 대치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자율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도 필요하고 통제도 필요하다. 대화다운 대화, 그리고 꼭 필요한 통제가 자율교실을 지탱한다. (p.30)
대화와 통제가 모두 있는 민주적인 교실(가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권위 있는 교사(안내자)는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통제에도 적극적이다.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하면서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통제한다. 안된다고 할 때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고 이해시키기 위해 애쓴다. 또한 통제할 때는 이건 안 되지만 저건 가능하다는 적절한 대안을 주어 숨통 트이게 해준다. 부조건 억압하고 통제하기 보다는 제한된 선택권을 주고 스스로 결정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안내자 교사가 이끄는 교실 속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자존감이 높다. 뭐든 시도해보고 도전하며 실수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서는 힘이 있다. (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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