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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리사 손 - '메타인지 학습법'

by Applepie

전에 리사 손 교수의 '임포스터' 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저자의 전작인 '메타인지 학습법'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포스터' 책 곳곳에서 메타인지가 언급이 되어 자연스레 관심이 갔기도 하고 저자에 대해 포털이나 유튜브 검색을 해보면 소개하는 저서에 이 책이 빠짐없이 꼽혀 있었기 때문이다.

'인지에 대한 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또 모르는 지를 아는 것' 내가 이제까지 가져온 메타인지 개념은 이렇다. 아는 것을 더 짜내보면 '인지보다 메타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공부를 잘하려면 메타인지가 높아야 한다.'정도가 될 수 있겠다. 모두 어디서 들었는지 혹은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메타인지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역설해주는 문장들이다. 그럼 메타인지는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리사 손 교수의 '메타인지 학습법'을 펼쳤다.


한 아이가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의 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일주일이다. 아이는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 학습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순간 아이는 자신이 수학보다 영어에 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선 '영어가 수학보다 더 어려우니 일단 수학을 먼저 끝내고 남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집중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의 계획대로 서둘러 수학 공부를 끝낸 뒤 영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와중에도 아이는 끊임없이 '아까 그 단어는 다 외웠나?'라며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몇 시간 후 아이는 '이제 완벽하게 외운 것 같으니 영어 공부를 그만해도 될 것 같아'라고 스스로 정리하며 시험준비를 마친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흐름이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는 이미 몇 가지 메타인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스스로 평가하는 모니터링 전략이다. 모니터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질과 양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는 과정이다. (중략) 두 번째, 컨트롤 전략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한 후 아이는 영어보다 비교적 빨리 끝낼 수 있는 수학을 먼저 공부하기로 판단한다. 이러한 선택, 즉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 바로 컨트롤이다. 성공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모니터링'과 '컨트롤'이라는 두 가지 과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학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p.19~20)

저자는 책 앞부분에 학생이 두 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서 낯선 두 단어가 나온다. '모니터링'과 '컨트롤'이 그것이다. 모니터링은 자신의 지식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 다음으로 컨트롤 전략은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며 성공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이 두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고 한다.

초등 부모들이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초등학생들의 빠른 학습 속도 때문이다. 빠른 학습 속도와 관련하여 아이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첫 번째는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친구들과의 경주를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습 수준이 어렵지 않아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학습을 끝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쉽고 빠르게 학습목표에 도달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기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위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나타냈다면 부모는 메타인지를 연습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중략) 공부는 절대 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오해임을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학습은 경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아이만이 또 다른 하나를 배울 수 있다. 학습이 경주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이기는 순간의 성취감에 취하기 쉽다. 그러나 학습은 마라톤이고, 짧은 성취감만으로는 이 길고 긴 경주를 버티기 어렵다. (p.68~69)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승부욕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공부나 운동을 잘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경주에서 이겼을 때의 성취감이 특히 강한 것이다. 그래서 경주가 아닌 상황에 맞닥뜨렸을때는 집중력과 성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저학년일수록 경쟁이 있는 게임활동을 좋아하지만 경쟁에서의 승리에서즐거움을 느낄 경우엔 오히려 긴 호흡의 학습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오랜 의문이었던 '강한 승부욕이 왜 반드시 학습성과로 이어지진 않는가?' 에 대한 충분한 답을 얻게 되어 개운했다.


아이의 적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몰입하고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지 등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문제는 아이의 성적과 부모의 불안감이다. 공부 외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성적을 올려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성공적인 학습을 도와준다고 믿는다. (p.99~100)

난 요즘 수영과 골프 레슨을 받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건, 운동은 정말 많은 메타인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운동은 배우고 실습하고 실수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런 반복 연습을 하다보면 잘 안되는 지점을 무수히 경험하게 된다. 분명히 배운대로 한다고 했는데 수영장에서 앞으로 나가지 않고 아래로만 가라앉기도 하고, 골프공이 빗맞거나 거리가 잘 안나오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제점을 찾고 (모니터링)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 그 부분만 반복 연습하는 등의 컨트롤 전략을 통해 메타인지를 많이 기를 수 있게 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한 운동을 오래 해 본 경험, 악기를 배워 본 경험, 레고에 매달려 본 경험 등을 통해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며 그 경험들은 당장의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엔 성공적인 학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보통 시험이 끝나고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면 공부도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 시험 본 내용은 궁금해하지 않고 점수에만 관심을 쏟는다. 부모와 선생님도 이러기는 매한가지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험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중략) 아이가 '또 실수했다' '시험을 망쳤다'며 실의에 빠져있을 때 "그래서 영어를 또 망쳤어?" "반 아이들 점수는 어때?"라고 묻는 부모가 많다. 이때 부모는 시험 결과보다 아이의 심리 상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실력이 아니라 긴장과 불안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중략) 시험 전에는 어쩔 수 없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부모의 가이드에 따라 아이의 긴장도는 확연히 달라진다. "시험은 잘 봤니?" "수학은 몇 점이나 맞았어?"등 점수에 대한 질문 대신 "시험에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니?"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질문은 없었어?"라는 물음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점수가 아닌 '재미있는 질문 찾기'에 집중하며 서서히 긴장을 풀게 된다.(p.133~134)

성적에서의 또 한가지 강한 복병은 긴장과 불안이다. 나도 학창시절에 시험을 보기 전 많이 긴장하는 편이었다. 심지어 임용고시 3차 수업실연 전날에는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갔다. 내가 이랬기에 아이도 나의 시험 불안을 닮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 책에 나온 전략들을 꼭 기억해야겠다.


한 실험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의 짧은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에 띄워지는 문제를 보며 객관식 시험을 치른다. 이때 실험자는 문제와 객관식 보기 사이에 '짧은 시간차'를 두었다. 문제를 제출한 후 몇 초 있다가 보기 네 개를 보여주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일반 객관식 시험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시험은 또 다른 형태의 학습이다. 이 학습에서 효과를 보고 싶다면, 아이가 시험 문제를 읽고 보기를 확인하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시험지에 쓰게 하자. 그다음에 제출된 보기 중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항목을 선택하게 하면 된다. (중략) 아이 스스로 문제의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 분명하다.(135~136)

이것 역시 좋은 전략이다. 객관식 시험의 경우 문제를 읽고 보기를 바로 보기 전에 몇 초간 자신의 답을 생각해보기.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아이가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을 경우 부모가 나서 먼저 핑계를 찾아주곤 한다. "오늘은 네가 컨디션이 안 좋았잖아" "이번에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했구나"라는 식이다. 이때 핑계가 아닌 방법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해서 시험을 못 봤구나.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나눠서 학습을 해야 할까?"라고 물으며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저번 학원 선생님은 공부를 너무 안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옮겼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많다. 사실 선생님은 정보 전달자에 불과하다. 학습은 오롯이 아이의 몫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거꾸로 생각하면 아이가 아닌 선생님에게 집중하게 된다. 학습은 분명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인데 선생님이 해결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146~147)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것을 귀인 이론이라고 한다. 학습의 주체는 아이인데 엄마인 내가 핑계를 찾아주지 말 것. 한국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는 이러한 귀인 오류가 심한 안타까운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 느린 아이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외부에서 빠른 속도를 요구받는 아이에게 부모까지 '빨리 빨리'를 외쳐서는 안 된다. 집에서라도 '학교가 바라는 속도'가 아닌 '내 아이의 실력에 맞는 속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모까지 빠른 속도를 강요하고 실수를 허락하지 않으면 아이는 모든 배움을 '경주'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는 각자 제 속도에 맞춰 메타인지를 키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빨리 돌아가는 세상도 따라가야 한다. 이는 어른도 힘든 일이다. 내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제 스스로 속도와 깊이의 균형을 잡을 기회를 주자. 아이가 실패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과정을 허락하자.(p. 164)

우리 아이는 운동을 못한다. 고작 1학년이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운동을 시켜보면 확연하게 못하는 것이 티가 날 정도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운동을 못하면서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애 자존감을 참 높게 키웠나봐. 친구들보다 떨어지는데도 안오겠다고 안하네? 보통 애들은 이러면 하기 싫어 하는데" 라는 아이 운동 선생님의 말씀에 내심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다.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의 자존감이 특별히 높은걸까? 물론 그러면야 좋겠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대신 나는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 부모인 우리의 운동 능력을 보아, 아이가 운동을 잘 할 거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고 그래서 당연히 재촉하지도, 부담을 주지도 않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고 오래 지속하는데에 도움이 된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도 운동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아이에게 맘껏 실패할 과정을 허용하는 것. 중학생부터 본격적으로 입시를 향해 달리는 요즘같은 현실에서는 맘껏 실패하는 것도 초등학교때나 할 수 있는 특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막연하게 알던 메타인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어떻게 하면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기회를 준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언급이 나온다. '메타인지는 아이보다 오히려 성인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다.' 이 말에 정말 공감했다. 돌이켜보면 짜여져 있는 시간표대로 선생님이 하라는 것을 하던 학창시절보다 성인이 된 지금, 메타인지가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자기 삶을 멋지게 잘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가능성과 한계를 잘 구분짓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역시 잘 발달된 메타인지가 바탕이 되어 가능한 것일 테다. 이렇듯 메타인지는 직장인으로 살던 작년까지의 삶에도, 직장일을 잠시 쉬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올해의 삶에도 모두 필요한 것이었다.

올해 내가 메타인지를 쓰는 분야는 이렇다.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는 아이 교육은 좀 더 잘 하지만 요리를 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도 없네'-모니터링

'그럼 내가 잘하는 아이 학습은 직접 봐줘야겠다. 올해까진 시간도 있으니 학원도 최소한으로만 보내자. 대신 내가 시간을 들여도 잘 안되는 요리는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거나 밀키트를 구입하는게 좋겠다.'-컨트롤

이러면 요리에 드는 에너지와 시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아이 교육에 더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반면,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아이 교육과 요리, 둘 다 포기하지 말고 나의 약점인 요리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엇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무엇에는 힘을 빼는 것이 내게 유리한지, 내 체력과 체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지도 모두 메타인지가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분명 아이를 위해 책을 펼쳤는데, 나에게 도움될 내용도 많이 담아갈 책을 만나 반가웠다. 어린시절 우리 아빠는 늘 말씀하셨다.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물론 틀리진 않은 말이지만 살짝 고치고 싶다.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공부하자"라고. 나를 키운 아빠보다 내가 더 메타인지에 대한 이해가 높듯이 우리 아이는 나보다 더 일찍, 좋은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성적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울 기회를 주어야겠다. 성공적인 학습만 떠먹여주지 말고 때론 실패도 직접 겪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당장 나부터 메타인지를 발휘할 일이 한 트럭이다. 내일 저녁 반찬은 직접 하는게 나을까 반찬가게에서 사는 게 나을까? 아차, 그보다 오전 수영이 더 급하네. 자꾸 물에 가라앉는 이유가 뭔지 내일은 알 수 있기를 바란다.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막힌 전략을 세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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