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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이 말하는 모범생의 비밀

김선-'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

by Applepie

"은찬이 형은 학교 잘 다녀요?"

몇 년 전, 우리 아이의 친구 엄마와 거리에서 마주쳤다. 외동아이를 키우는 나와 달리, 그 엄마는 세살 터울의 첫째를 먼저 학교에 입학시킨 육아 선배였다. 형은 학교에 잘 적응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 엄마는,

"아유~ 학교야 문제가 안 되죠. 문제는 학원이에요. 잘 좀 해야 하는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답했다. 순간 퇴근 모드로 꺼뒀던 교사의 자존심에 약간 스크래치가 났던 것도 같다. 학교가 학원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해 버려서였을까.


하지만 내 자존심이 상하든 말든 현실이 그렇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것도 학습을 신경쓰는 집에서 자란 아이라면 너무나 쉬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치원때 이미 다 뗀 한글과 한자릿수 연산, 조작이나 신체활동이 주가 되는 통합교과, 40분 앉아있으면 꼬박꼬박 주어지는 쉬는 시간, 숙제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반대로 학원은 어떤가. 일단 다니고 싶다고 해서 당장 다닐 수 있는 학원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수준에 맞는 반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만만치 않은 학원비도 장벽이다. 갈때마다 주어지는 숙제는 난이도나 양이 상당하여 엄마와 아이 모두를 매달리게 만들곤 한다. 이쯤 되면 학교갈땐 마음을 느슨히 풀고 학원을 위해 바짝 조이는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숙제가 많지 않다고 해서 학교가 과연 계속 쉬울까? 십 수년간 교실에서 아이들을 봐온 바론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생활면에서나 학습면에서나 너무 쉬울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학년때 어떻게 해야 고학년까지 모범생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을 엄선되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 분이 선배 선생님이 계셨다. 김선 작가의 '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를 소개한다.

정말 예쁜 아이들이란 수업 시간이든 과제든 언제나 열심히 참여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감사함을 알고 제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입니다. (중략)그런데 학원은 다릅니다. 학원에서 칭찬받는 친구들은 학습 성과만 가지고 칭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노력을 했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칭찬받기가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칭찬하지만 학원에서는 성과가 보이는 친구를 칭찬하지요. (p.38)

"학교에서는 칭찬 한 번 못 받았던 우리 석진이가 학원에서는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아세요? 이러니까 다들 학교를 못 믿는 겁니다!" 석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도록 담임선생님과 노력했던 그 시간들이 비하되는 것 같아 얼마나 씁쓸하던지요. 그 후 몇년이 지나 우연히 석진이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석진이 부모님은 결국 한국에서 아이를 교육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유학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p.40)

물론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가르치는 어른이 배우는 아이를 보는 시각이야 비슷할 것이다. 학원선생님 또한 아이들의 학습 성과만 강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등교부터 하교까지 적어도 너댓시간을 1년동안 보는 학교 담임교사와는 학생을 파악하는 관점이나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사례의 학부모님처럼 학원에서의 인정만을 믿고 학교를 불신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사고이다. 나도 비슷한 말들을 직간접적으로 몇번 들어봤다.

"저희 아이가 왜 부진아이인지요? 학원에서는 2년 선행하는데도 잘 따라간다고 하시던데요."

"담임선생님하고 잘 안맞고 친구들도 너무 드세서 전학을 보낼까 생각중이에요."

이런 말을 하는 학부모님치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없었다. 물론 자녀의 문제점을 지적당할땐 방어적인 태도로 무장하게 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은 교사들도 몸을 사리느라 학생의 문제점을 거의 지적하지 않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생님께 아이의 고칠 점에 대한 말을 들었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담임교사를 하다 보면 일 년에 한 번씩 보석 같은 아이를 교실에서 만나게 됩니다. 인성이면 인성, 학습이면 학습, 원만한 교우 관계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아이들이 있지요. (중략) 저는 오랜 기간 담임교사를 하면서 이 아이들을 주목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 생활에 여유가 있는 아이들 (중략) 2. 필요할 때 취사선택해주는 부모님 - 사교육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학원비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 더 아까운 것이 아이와 부모님의 시간, 그리고 열심히 하느라 쏟은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좋다는 사교육을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덜'해야 합니다. 3.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아이들 - 중요한 것은 공부가 힘들어도 끝까지 도전해보는 자세,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대신 다음번을 기약하며 다시 노력하려는 마음가짐 등이 인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배움에 대한 의지와 욕구가 높고 성실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p. 45~49)

저자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보석같은 아이들의 공통점을 세 가지 발견했다. 시간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있고 쓸데없는 것은 가지치기 해 주는 부모님이 있으며,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단단한 인성이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관찰한 바로도 그렇다. 교사 사회에서 누가 가장 부러움을 받는지 아는가? 바로 자녀들을 잘 키운 선생님들이다. 이런 명예로운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분들을 각 학교에서마다 뵈었는데, 그때마다 동료 샘들이 이런 말을 꼭 하셨다.

"지선쌤 아들 승훈이 내가 4학년때 담임했었는데 그때도 뛰어났어. 공부는 물론이고 인성이 얼마나 바르던지."

"서윤이 서울대 갔어? 어머, 그럴 줄 알았어. 6학년때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이었거든."

잘 큰 동료의 아이를 가르쳐 본 선생님들이 떠올린 추억의 공통점은, '학습뿐 아니라 인성도 뛰어난 아이'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인성'이라는 것이 공부를 담는 그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부그릇이 단단하고 크게 형성이 된 친구들인 것이다. 그리고 어디 입시에만 도움이 되겠는가, 어린 시절 형성해놓은 바른 인성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아이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과목별 학습을 짚어준다. 먼저 국어이다.

교실에서는 여러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아이들의 차이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국어 실력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이 차이는 벌어지지요. 저학년 때는 학습 내용도 쉽고 사용하는 어휘도 쉽습니다. 고학년이 되면 학습 내용과 지문도 어려워질뿐더러 제시되는 어휘도 어려워지지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제시되는 국어사전 이용법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국어사전을 이용해 폭발적으로 어휘를 습득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때 독서, 사전 찾기, 부모님과의 단어 게임, 어휘 문제집 등을 통해 어휘력을 탄탄하게 다녀온 아이는 지문을 쉽게 읽어냅니다. (중략) 두 번째 국어 실력 격차의 원인은 집중도의 차이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길어지는 지문을 끝까지 집중해 읽는 능력,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며 끝까지 듣는 능력, 방금 누군가가 발표한 것을 기억하고 보완하거나 중복 발표를 제외하는 능력 등은 계속해서 집중을 요구합니다. (p.122~123)

이건 진짜다. 한 교실 안에서도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집중력 차이는 몹시 크게 나타난다. 그것은 당연히 그동안 쌓아온 작은 습관들의 차이일 것이다. 주말에 웨이팅 긴 식당에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들려주기 보다 끝말잇기를 해보면 어떨까? 내가 해봤는데 한시간 동안 빽빽한 웨이팅존에서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는 일은, '참 유난이네.'하는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뭐 그게 대수겠는가. 처음만 주변이 신경쓰이지 곧 아무렇지 않게 된다. 너무 큰 소리로 떠들지만 않는다면야. 즐겁게 기다리는 법도 배울 수 있고 아이의 어휘력도 탄탄해질테니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닐까?


다음으로 수학이다.

아이마다 수학 학습에 그릇과 목표가 있습니다. 영재원을 대비하는 친구들은 우선 학교 수학 학습이 100퍼센트가 되어야 합니다. 응용된 최상위 수학 문제에도 끝까지 도전해서 풀고 싶어 해야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영재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도 가고,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점수를 거둡니다. (중략) 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학을 현행학습에 충실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배우는 부분을 완전히 이해했고 응용 문제가 나와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다면, 한 단원이나 한 학기 정도 분량을 예습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적당히 이해한 채로 선행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현행 진도에서 최상위 난이도의 문제들을 가지고 복습하는 것이 낫습니다. (p.184)

그간 여러 교육서를 읽으며 이제는 달달 외우게 된 것이 있다. 수학 선행보다는 현행 심화를 먼저! 현행 심화도 하고 여력이 더 되는 아이는 선행 도전해도 좋음. 그러나 그게 안 되는 아이한테는 어설픈 선행보다 현행을 꼼꼼히 다지고 가는게 낫다는 것.


다음은 3학년부터 만나게 되는 사회.

사회는 아이들의 상식과 배경지식이 쌓일수록 흥미로워지는 과목입니다. 가족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산, 강, 호수 등으로 체험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우리 고장의 명소나 문화유산 등을 함께 탐방하며 주요 개념을 가르쳐주면 3학년 사회는 특별히 공부할 것이 없습니다. (중략) 3학년 사회에서는 우리 고장에 대해서 다루지만, 4학년으로 올라가면 지역 범위가 더 확장되어 우리 국토가 등장합니다. 각 지역의 위치와 자연 환경, 인문 환경 등을 배우게 되지요. 우리나라 여러 지역을 다녀본 아이들은 해당 지역을 설명할 때 보다 쉽게 이해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중략) 제가 후배 부모님들을 만나면 꼭 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유아 때는 힘들게 아이를 들쳐 업고 멀리까지 다니다가 초등 시기가 되면 동네에서만 맴도는 건 아이의 생활 반경을 거꾸로 맞춘 거라고요. 다시 말하면 멀리 다니는 게 힘들고, 가서도 견문을 많이 넓히기 어려운 유아 때는 오히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정도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합니다. (p.205~206)

몇 십년전 이야기지만 나도 4학년때 처음으로 '축척'이라는 단어를 알림장에 받아적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후에 뜻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그다지 와닿지가 않았던 것이 평소에 지도를 본 적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는 복잡한 말이 나오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혔다. 지도도 본적이 있고 지역의 여러군데를 다니며 체험을 다녀 본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는 사회 시간에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경험이 사회과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뉴스 보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단번에 "아니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략) 아이들은 가치관이 정립되기도 전에 우리 사회의 끔찍한 단면을 무의식적으로 보고 듣게 됩니다. 따라서 뉴스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되도록 보여주지 마세요. 휴대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아이가 보지 않아도 되는 각종 뉴스들은 인터넷 홈 화면에서 삭제해주세요. 고학년 아이일 경우, 아이가 읽어보면 좋을 뉴스 기사가 있다면 그것만 따로 프린트해서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는 아이들에게 정제되어 제공되는 어린이 신문이나 어린이 잡지가 더 안전하지요. (p.221)

우리 부부는 겁이 무척 많은 아들을 키운다. 우리 아이 역시 재난 뉴스를 접하고 난 후에는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했다. 아이가 충분히 단단해지기 전까지는 뉴스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다.


다음은 과학이다.

3학년 때 처음 배포되는 실험관찰 교과서는 아이가 처음으로 작성하는 배움노트입니다. 그동안의 교직 경력으로 아이들을 살펴본 결과 실험관찰을 잘 정리하는 아이는 대부분 학습 성취도 높았습니다. 실험관찰을 잘 정리하려면 과학 수업에 집중하여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배운 대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평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한 용어와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할 줄 아는 아이는 이후에도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중략) 아이가 스스로 탐구하고, 능동적으로 학습과 실험에 참여하며, 배운 것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해 적어낼 줄 알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결국 과학 과목에서도 역시 아이의 사고력과 에세이 능력이 강조되는 것입니다.(p.230)

과학과의 여러 설명 중 이 부분에 특히 공감이 갔다. 초등학교의 실험관찰은 굉장히 중요한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실험관찰 정리를 어려워한다.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은 경우에는 칠판에 판서해주고 베껴 쓰게 하기도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자신의 언어로 실험 과정을 떠올려 정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 시간에 겉도는 친구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소극적인 아이, 얌전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 학습 자체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 또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학습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겉도는 경우가 많지요. 모둠 학습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모둠 실험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실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실험 절차에 맞춰 준비물을 챙겨야 하고, 마지막으로 뒷정리까지 해야 합니다. 이 과정들은 모두 안전에 유의하면서 선생님 말씀을 이행할 수 있는 아이, 모둠원과 협조적인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p.236)

이것도 공감된 부분. 실험은 대부분 모둠단위로 이루어 지는데 이때 겉도는 아이들은 재밌는 실험에만 관심이 있고 그 뒤의 결론도출부터는 흥미를 잃는다거나 집중이 짧은 아이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만을 바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특히 주인공 타입의 경우엔 과학 뿐 아니라 어느 과목에서 모둠활동을 하더라도 쉽게 토라지고 마음이 상해서 활동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주에는 사교육 최전선에 계신 저자의 책을 소개했고 이번주엔 공교육에 오랜 기간 몸 담은 선생님의 책을 소개했다. 학원을 권하는지, 집공부를 권하는지, 독서를 권하는지, 어휘나 독해서를 권하는지, 1~2년 선행을 권장하는지 현행을 권장하는지 등등 세세한 방법은 다를지라도 본질은 같다. 저학년때의 경험, 독서, 과제 집착력, 집중력 같은 것들이 결국 나중에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되는 기초 체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을 도출하고 나니 과거 발레를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몇년 전 취미로 발레에 푹 빠져 지냈던 적이 있다. 우아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기대하고 시작했지만 그런 모습이 되려면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플로어에서 스트레칭과 상체 풀업을 중점으로 하는 과정을 지나 양손으로 바를 잡게 된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한손으로 바를 잡고 센터 동작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어떤 세계적인 무용수들도 모두 이 단계를 거쳤을 것이다. 처음부터 화려한 턴을 돌고 고공 점프를 하진 않았으리라. 입시도 비슷하다. 최상위권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혹은 그보다 더 전부터 후에 킬러문항을 풀어낼 수 있는 사고력, 문제 해결력, 과제 집착력 같은 것을 길러 놓고 그 위에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미적분이나 벡터를 풀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 놓고 이 글을 마무리한다. 아이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우리 가족의 수입과 지출 규모 등 많은 것을 고려하여 보내야 할 것이 학원이다. 과연 나는 꼭 필요한 것만 학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 오히려 학원을 가는 동안 튼튼한 공부 그릇을 만들 중요한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한번씩 점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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