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군이나 브랜드가 바뀌는 건 기본이고요. 같은 브랜드를 오랫동안 담당한다 해도, 트렌드나 시장상황이 언제나 달라지기 때문에 단 한 가지도 똑같은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좋아하지만 또 그래서 너무 어려운 일기도 하지요.
광고의 그런 태생적인 어려움 안에서 유독 어려운 일은 바로 이렇게 ‘도시가스’처럼 제품의 장점이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프로젝트입니다. 광고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바로 USP (Unique Selling Point: 다른 경쟁사들이 할 수 없는 독점적인 강점)입니다. 시장과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요즘 같은 때는 마케팅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도시가스라니요!
아마도 ‘도시가스 광고’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쨌든 가스니까… ‘안전함을 강조’ 한다던가, 아니면 ‘비용이 합리적이다’는 이야기를 한다던가, 아니면 요즘 지속가능한 성장이 중요한 화두니까 ‘친환경적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고민하면서도 아마 마음속으로는, ‘아… 뭔가 임팩트가 없는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내가 좋아할 만한 광고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 테니까요.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도쿄가스는 정말이지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정답을 찾아버렸습니다.
바로 집에서 아니 그보다 더 좁은 ‘주방’에서 말이죠.
도쿄가스의 온기가 가득한 광고 캠페인은 여러 편이 있지만, 이번에는 도시락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려고 합니다.
주방에서 도쿄가스는 ‘요리’를 합니다. 그 요리는 세상을 뒤집어 놓는 것도 아니고, 일본 산업 전체를 어딘가 이끌어가지도 않습니다. 도쿄가스가 주방에서 하는 요리는 그저 가족을 이어주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도쿄가스는 ‘가족을 잇는 요리의 곁에’ 있습니다. 색도 없고 냄새도 없던 도시가스는 이 한 마디 말로 마법처럼 살아나서 온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프라이팬 아래 피어오르는 도시가스의 파란 불꽃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 이것이 광고의 능력 아닐까요? 이것이 당연한 야근에 잦은 밤샘에 때로는 을의 서러움에 괴로워하면서도, 제가 광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가 만든 광고 한 편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기를… 오늘, 지금, 이 광고를 함께 보면서 20여 년간의 한결같은 다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