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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나 Apr 25. 2023

아까운 광고 : 어쩌면 모든 것은 시점의 문제

산토리 BOSS 캔커피 광고

더이상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ㅡ

새로운 광고로 잊혀지기에는ㅡ

광고 카피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ㅡ

너무나 아까운 광고 이야기

illustrated by Yunna

캔커피는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스타벅스 같은 고급 캔커피도 아니다.

편의점에서 1+1에 판매하거나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에 10개를 묶어 놓고 ‘대충 뭐 싼값에 가져가세요’하는 느낌의 그냥 캔커피.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캔커피를 ‘특별하게’ 정말 ‘특별하게’ 만든 광고가 있다.


그 특별해진 캔커피는 바로 BOSS. 보스는 커피뿐만 아니라 술, 음료수, 화장품, 건강식품까지 가지고 있는 일본의 유명한 브랜드 산토리의 캔커피이다. 산토리는 달고 값싼 이 캔커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무려 외계인을 모셔왔다.


캔커피 보스의 모델은 바로 외계인 존스다.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 존스가 이런저런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지구를 조사한다는 아이디어다.


외계인은 유명 할리우드 배우이면서, 지구에 잠입한 외계인이 쉽게 연상되는 맨인블랙 시리즈 주인공 토미 리 존스가 맡았다.


*광고보기 https://peterpan77.com/boss-john


그런데 이 광고의 놀라운 점은 전혀 놀랍지 않은 지점에 있다.

캔커피 광고에 외계인이 등장한 것보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모델을 맡은 것보다 더울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외계인의 직업이다.

이 외계인이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하는 일은 택배기사, 목수, 택시운전기사, 경비원, 물류창고 직원 등 놀랍도록 놀랍지 않은 평범한 일들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존스는 나와 내 이웃이 하는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들을 만난다.

그런데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마주치는 이 사람들과 그 순간들이, 외계인 존스의 시점으로 보게 되면 모든 것이 별스럽게 보인다.

해 질 녘의 노을, 열심히 일을 마치고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칠 때의 우리의 얼굴, 마트에 있는 엄청난 상품들, 바삐 움직이는 택배기사의 발걸음이 존스의 눈에는 낯선 의미를 가진 특별한 것들이 되어 버린다.

그저 외계인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똑같은 것도 평범한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우리의 세상을 이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이 보잘것없는 멋진 세계 (このつまらない素晴らしい世界)”라고 말이다.


그냥 시점만 바꿨을 뿐인데 세상이 이렇듯 달라지는 것이다.

광고처럼 멋지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가장 평범한 것들을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시작일 것 같다.


광고처럼 멋지게 살아보는 비결은 일찍이 영화 어바웃타임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행복을 위한 아빠의 공식을 말씀해 주셨다

두 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다음은 아빠의 계획 2단계이다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 살면서는 느끼면서 말이다


‘힘든 하루’였던 첫 번째 하루가

두 번째에는 ‘좋은 편에 속하는 하루’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주인공처럼 시간여행의 능력이 없으니. 첫 번째 하루를 어제로, 두 번째 하루를 오늘로 바꿔보자.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힘든 하루였던 어제를,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오늘로 바꾸는 공식은 마법도 슈퍼파워도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점’ 임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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