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후기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났다. 후련한 마음으로 홀로 교실에 앉아 있으니 북적였던 교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적막하다. 구름이 산 중턱까지 내려왔고, 열어둔 창문으로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1학기 5월 중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때.
아이들의 얼굴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에어컨 바람은 너무 과하다 싶어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식히는 이때 학부모 공개수업을 한다. 아이들만으로도 복작이는 교실에 아이들을 닮은 부모님들이 교실 뒤편을 모두 차지하고도 모자라 복도 창문 너머로 서 계실 정도로 참여 인원이 많다.
특히 1학년 1학기 첫 학부모 공개수업은 더구나 그렇다.
학부모 공개수업이라고 다른 수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공개되는 수업이니만큼 보이는 것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다.
수업 3주 전부터 수업 과목과 차시를 결정하고, 수업 내용을 구상한다.
수업 2주 전 동학년 선생님들끼리(동학년 선생님 있어도 혼자 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생각한 적합한 수업 활동을 이야기하고 그중 배움 주제에도 맞고, 학년 특성에도 맞으며, 학급 아이들 성향에도 맞는 것을 고르고 고른다.
수업 1주 전에는 수업 지도안, PPT(캔바, 구글슬라이드 등 다양함), 학습지 또는 자료를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전날에는 책상 배치, 교실 청소, 등록부 및 참관록 인쇄, 심지어 부모님들 쓰실 볼펜도 준비한다.
나 같은 경우엔 교실 청결에 눈이 먼저 가는 편이라 책장, 칠판, 창틀 먼지 제거를 시작으로 교실 바닥 청소, 출입문 문틀 먼지까지 제거해야 마음이 편하다. 습도 높은 날씨라 선풍기까지 틀어야 해서 선풍기 세척도 했다.
교사가 이렇게 바쁠 동안 아이들도 나름대로 바쁘다.
1주일 전까지 학부모 공개수업이 뭔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하루, 이틀 전에는 묻는 말이 비슷한다.
-선생님, 우리 엄마 온대요.
-선생님, 우리 아빠는 회사 가야 해서 못 와요.
-선생님, 우리 엄마 오게요? 안 오게요?
이미 명단을 다 받기도 했고, 1학년 학부모님들이라 관심이 많아 대부분 참석하시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는 학부모님들은 못 오시는 것도 이해가 되어서 아이들 질문마다 답은 하지 않는다. 부모님 안 오시는 아이들이 미리부터 속상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수업 전날 아이들은 책상도 닦고, 서랍에 잔뜩 있던 교과서도 사물함에 넣는다. 그러자니 비좁은 사물함 정리는 필수! 한 명 한 명 도와주지는 않지만, 어려워하는 아이들 사물함 정리와 교실 청소를 동시에 하자면 그냥 혼자 하는 게 낫겠다 싶다.
이렇게 나름 철저히? 수업 준비를 해도 당일 조절 안 되는 것이 컴퓨터 사정이다.
나는 나름 징크스가 있는 것이 평소에는 컴퓨터 문제가 없다가 꼭 공개수업이면 용량 부족 메시지가 뜬다거나, 기껏 만든 PPT 작동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업 주제는 우리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을 찾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미리 만들어둔 뮤직비디오(노래 가사에 맞는 그림 그리고 노래 반주 입힌 것)를 보며 노래하는 것으로 수업은 시작했다. 노래가 감동적 인터라 소란했던 교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이틈을 타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엄마 아빠 왔는지 안 왔는지 교실 문만 바라보는 아이들이었다.
기껏 참고 있는데, 내가 바라보니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눈이 벌게진 아이가 서넛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부모님들 모두 와계셨는데 아이가 미처 못 봤던 것이었다. 조용히 속삭이며 어머니 오셨다고 말해주니 눈물을 닦는다.
수업 활동은 그림책을 읽고 우리 주변에 있는 고마운 사람들이 누가 있을지 퀴즈를 맞히고 카드놀이, 마지막으로 감사 쪽지 쓰기로 구성했다.
40분 수업 시간 중 30분이 지나갔는데 그때까지 우리 소닉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이유는 카드놀이였다.
원래 계획에서 카드놀이는 고마운 사람들(농부, 경비원, 배움터지킴이, 요리사, 택배 기사, 수리 기사 등등) 이 있는 카드를 뒤집어 놓고, 순서대로 뒤집으면서 설명을 하면 가져가는 놀이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소닉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티니핑, 소닉, 어몽어스, 짱구 등)를 많이 넣고, 잘 섞어서 고마운 사람들이 나오면 카드를 가져가는 형태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카드를 뒤집는 맛이 하나요, 열었는데 의외의 카드가 나왔을 때 주는 재미가 있었는지 소닉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카드를 집자마자 더 좋아하는 카드를 갖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카드놀이를 마치고, 감사 쪽지까지 모두 적고 아이들의 짧은 발표까지 마치니, 세상에 수업이 2분 남았다.
수업 마무리를 하고 아이들이 부모님과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나는 칠판 정리를 했다.
뒷목을 쓸어보니 땀이 흥건했다. 더운 줄도 모르고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자기가 만든 작품도 보여주고, 친구도 소개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1학년 우리 딸 공개수업 갔던 일이 떠올랐다.
수업 내용이 중요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얼마나 수업을 잘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1학년 내 아이가 교실에서 잘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때 썼던 글이 있어 다시 읽어보았다.
우리 반 학부모님들도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에 배가 불러 집으로 향하셨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