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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04. 2022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이사 4년 차 이웃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온 지 햇수로 4년이다.

윗동에서 2년을 살다가 같은 아파트 아랫동으로 2년 전에 이사를 했고 큰 변화가 없는 이상 평생 살 듯하다.


아랫동으로 이사 온 주요 이유는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때가 많은데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가려니 너무 힘들다고 해서 였다.

또 다른 이유는 첫째 아이가 학교 갈 때 동선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선택은 잘했고 후회 없이 잘 살고 있다.


이사 이후 옆집, 아랫집 분들께는 이사 온 기념으로 선물도 했고 간간이 만나면 인사도 한다.

하지만 인사는 그저 인사일 뿐.

고개만 까닥하고 그다음 서로 말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고 옆집도 마찬가지이다.

옆집은 큰 아이가 초등학생, 작은 아이가 유치원으로 우리 집과 또래가 엇비슷하다.

분명 이야깃거리는 충분할 텐데도 어쩌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게 되면 인사만 할 뿐 올라갈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나는 어색해서 핸드폰을 뒤적거리거나 거울을 본다. 옆집 분도 마찬가지다.




첫째 아이가 등교할 때 엘리베이터에는 참 많은 이웃 주민들이 같이 타게 된다.

대부분 같은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그런가 아이들의 얼굴도 아직은 낯설고 곁에 있는 엄마들도 낯설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언니, 동생 하며 인사를 하고 계시고 아이들의 안부도 서로 묻는 친한 사이인 것 같다.

나와 우리 아이만 엘리베이터에서 섬이 된 느낌이 든다.  그러면 둘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거나 손을 꼭 잡는다.

아이 등굣길은 가깝지만 큰 횡단보도가 학교 앞을 가로지르고 있어 꼭 데려다주고 있다.

등굣길에서도 매일 보는 얼굴들이 있다.

아이들 서넛이 손을 잡고 가고 그 뒤를 엄마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간다.

매일 보는 얼굴이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분들이지만, 분명 두 달 이상 같은 거리에서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알듯 말 듯 서로 아는 척은 먼저 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내게 말을 걸겠는가.

내가 일단 곁을 붙여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출근을 할 때는 아이들 챙기고 나 준비하느라 아침이 늘 분주했고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이터에 갈 때도 우리 셋이 놀았다. 그것만으로도 재밌었고 충분했다.

휴직 중 이제 여유가 있어 주변을 둘러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섬이구나. 우리만 둥둥 떠있구나.


나는 이런 상황이 아쉽지 않다.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간 후 집안에서 혼자 놀기 좋은 사람인지라 누구와 만나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아도 혼자 바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그럴까?

문득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한 마을을 굴러다니다시피 놀았다.

우리 동네에는 언니, 오빠, 친구들이 많았고 학교 갈 때는 버스를 기다리며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방학이면 놀이터, 동네 공터에서 배드민턴, 물놀이, 잡기 놀이, 무궁화 등등 신나게 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동네 아이들과의 추억이 삶을 살면서

간간이 떠올라 힘을 주곤 했다.

그런데 우리 딸은 우리 아들은 아직까지 동네 친구가 없는 것이다.


첫째의 국어책 중 친구의 이름을 쓰는 칸이 있었다.

반 친구 이름도 잘 쓰고 선생님 이름, 부모님 이름도 잘 썼다. 그런데 동네 친구는 빈칸이다.

아이는 친구를 잘 사귀는 편이고 깊이 마음속으로 좋아한다. 동네 친구가 없는 우리 딸.. 미안하다.

물론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고 유치원생이라 아이들은 금방 친구를 만들겠지만  엄마로서 그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왕철쭉이 활짝!

언제고 용기를 내서 우리 옆집 아주머니와 차 한잔 하고 싶다. 우리 윗집 쌍둥이 엄마와도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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