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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n 21. 2022

잘하고 있구나

첫째의 공개수업이 있어 학교에 다녀왔다.

아이는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나도 늦지 않게 가려고 준비해서  제시간에 맞춰 갔다.

아이는 복도 창문 밖에 보이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가 와서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이미 교실과 복도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와서 서계셨다.

다들 나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부모는 참가할 수 없었기에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에 초청되어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는 것은 의미가 컸다.




제일 궁금한 것은 아이가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받고 있는지였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글씨는 잘 쓰는지 자기 자리 정리는 잘하는지 등등 궁금한 것은 많아도 40분 안에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어떤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는지였다. 

과목은 국어였다. 그림을 보고 문장을 완성하는 수업이었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은 차근차근 잘 내용을 짚어주셨다. 선생님의 안내대로 교과서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고 낱말을 채워 문장을 완성하는  아이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주어진 문제를 곰곰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 

연필을 바르게 잡고 천천히 글씨를 쓰는 모습, 

등이 조금 굽었지만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몸은 선생님은 항상 향하는 모습이 집에서와 같았다.


다른 아이들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 좁은 교실에 거의 50명이나 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나는 내 아이의 모습만 보였다. 


잘하고 있구나.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을 느꼈는지 가끔 나를 보고 눈을 찡긋거렸다. 

교실 안의 많은 아이들이 뒤에 있는 부모의 존재를 알지만 나름 의젓하게 자신의 공부를 이어갔고 모든 부모들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처럼 자신의 아이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수업 중 여러 번 발표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이는 손을 들고 발표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발표할 때 친구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선생님의 권유에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생각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가졌는지 알고 있고 아이도 머릿속으로 모든 말을 완성하고 있었을 것이다. 


낱말 카드를 하나씩 들고 친구들과 모여 문장을 하나 만드는 활동을 할 때 아이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친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문장을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말할 때 마스크로 가려졌지만 수줍을 때 하는 특유의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났다. 40분 동안 내가 본 것들은 

1. 내 아이가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2. 수업은 안정적이고  아이들이 차분하게 공부를 한다.

3. 교실이 매우 깨끗했고 정돈됐다.

4. 아이가 활동을 이해하고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는 내 앞으로 다가왔고 귀에 대고 "잘했어."라고 말했다.

이제 그만 가라고 한결 편한 목소리로 말한다.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엄마와 같이 하던 수업이 끝나면 아이는 눈물을 보이고선 가지 말라고 매달렸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엄마에게 숙제 확인받은 것 같이 홀가분한 모습으로 가라고 하니 섭섭하긴 했지만 다시 한번 잘했다고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아이가 그렸다는 수박 수영장 그림을 못 보고 나왔다는 것은 교문을 나서서야 알았지만 잘 배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아이는 잘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자신의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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