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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Feb 10. 2023

주변시선 off 내가 좋아하는 것 on

내 수영복의 변화기

어렸을 땐(유치원 시절) 나름 마른 편에 속했다. 유치원 수영복을 입고 있는 모습, 여름에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뼈밖에 안 보이는 팔뚝과 다리가 나에게도 빼빼 말랐던 시절이 있었다는 증거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조금씩 살이 붙어 얼굴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중학교 입학하는 날엔 교복 집에서 큰 사이즈의 치마를 사게 되었다. 아빠가 나의 교복 치마를 보고는 포대자루냐며 놀렸던 기억이 난다. 달마다 가족회의를 했는데 매번 나의 목표는 다이어트였다. 하지만 나는 살을 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며 손에 치킨을 놓지 못하였다.

수영을 배우고 싶었는데 도저히 이 통통한 몸으로 수영복 입을 자신이 없어 헬스 pt를 시작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살을 좀 걷어낸 후에야 수영을 등록할 수 있었다.


'첫 수영복은 무조건 블랙이야!'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벅지도 두꺼우니까 무조건 반바지로 가려야 했다. 마트에서 입어보고 산 반바지 검정 수영복이 나의 첫 수영복이었다.


수영을 해보니 재밌었다. 계속 생각나고 더 잘하고 싶고 힘들지 않게 50m를 돌고 싶고 빨리 다른 영법도 배우고 싶었다. 한참 빠져있을 때쯤 수영복 원단이 말랑말랑 얇아지면서 수영복 사이에 하얀 실들이 보였다. 수영복이 늘어났구나... 두 번째 수영복 역시 마트에서 입어보고 비슷한 검정 수영복을 구입했다.


중급으로 올라가니 매주 같은 사람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같은 레인 여자분이 샤워실에서 처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 오늘 회식하기로 했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같아 가실래요?”

낯도 많이 가리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게 불편해서 다음에 참석하겠다고 거절했다.

그 날 처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다음 수업시간에는 분위기가 조금 편해졌다. 서로 인사를 시작했고, 이름을 알게 되고 나이도 알고 직업과 사는 곳까지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회식 때 옆에 앉아 맥주 한 잔을 하며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게 되었다. 가장 열띤 토론이었던 질문은 바로!

“수영복 어디서 사세요?”


다음 수영복은 회식에서 알게 된 ‘남도스포츠’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반바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엔 검정 바탕에 노란 포인트를 준 스피도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했다. 매일 수영을 가니까 반바지 수영복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다음 수영복은 과감하게 원피스 수영복으로 구입했다. 처음엔 허벅다리를 다 드러내는 게 민망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웠는데 입기가 너무 편해서 걱정이 사라졌다. 게다가 물속에 들어가면 안 보인다. 아무도 내 몸을 신경 쓰지 않고, 수영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아레나, 스피도 수영복을 자주 입었다. 그러다가 연수반 사람들이 많이 입었던 펑키타 수영복을 알게 되었다.


‘이제 검정 수영복 탈출해 보자. 나도 옆에 사람들처럼 알록달록 예쁜 수영복 입어보자!! ‘


형광색의 세모무늬 펑키타 수영복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해외수영복이라 사이즈 고르는 것이 어려웠다. W20 W18 뭐야..... 겨우 후기를 보고 대충 내 사이즈를 맞는 영어와 숫자로 주문했다. 이제 나도 화려한 수영복 무리에 들어가는구나. 부푼 기대감에 펑키타가 빨리 우리 집으로 배송오기를 기다렸다.

(펑키타 후기 : 개인마다 다르지만 가슴 선도 애매하고.. 원단도 불편했고 나한테는 잘 맞지 않았다.)


펑키타 덕분에 나한테 맞는 수영복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명하다고 예쁘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수영복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한테 잘 맞는 것인지였다. 원단도 사이즈도 착용감도 나한테 착 맞는 수영복이 분명 있다! 배럴이 그 수영복 중 하나였다.

디자인도 괜찮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착했다. 배럴데이에는 수영복을 거의 50% 할인했는데 스피도 수영복 1개 값으로 배럴 수영복 3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매일매일 수영을 가다 보니 수영복 여러 벌을 돌려가며 입었다.


나의 수영복은 검정 반바지에서 포인트컬러가 들어간 검정 반바지, 원피스 수영복, 끈 원피스 수영복, 화려한 디자인의 끈 원피스 수영복으로 변화해 왔다. 지금 수영복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디자인과 브랜드다. 내 몸에 잘 맞았던 브랜드인지 확인한 후 구입한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쁘더라고 나와 맞지 않았던 브랜드는 아쉽지만 구입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키치피치 수영복에 푹 빠졌다. 색감도 원단도 내 몸에 착! 사이즈도 착! 디자인도 착! 참 좋다. 수영복은 ‘가나스윔’ 어플에서 본다. 가끔 배럴 사이트를 기웃거리지만 배럴데이가 없어져서 아쉽다.. 그래도 신상이 나왔다는 알림이 뜨면 달려가서 보게 된다. (TMI 배럴을 너무 좋아해서 2019 처음 열렸던 배럴 스프린트 챔피언십에 겁도 없이 참여했다.)

여전히 여러 개의 수영복으로 돌려가며 입는다. 기분에 따라, 수영 강습(오리발, 스노쿨, 다이빙)에 따라 입는 수영복이 다르다. 수영복 고르는 것도 수영 가기 전 하나의 재미다. 특히 수태기가 올 때면 수영복 사이트를 구경하며 수영장 가고 싶은 욕구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수태기 극복에 수영복 구입이 나한테 가장 효과가 좋았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쉽군..)


또 말이 많아졌다. 아직 1/3도 못 썼는데.. 이렇게 수영 이야기라면 2박 3일도 부족하다. 수영복도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은 나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무장한 다음에 물속으로 뛰어들어보자! 과거에는 주변 시선이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수영을 가기 전 투명 파우치에 내가 고른 알록달록한 수영복 넣는 설렘과 행복이 내 하루의 기쁨 중 하나다.


남의 시선은 잠시 꺼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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