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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영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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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Feb 19. 2023

덕질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덕질은 계속될 거야 언제까지나

나는 왜 수영이 질리지도 않는가?


1. 기분에 따라 바뀌는 수영복

지겨울만하면 새롭게 바뀌는 나의 수영복. 게다가 여러 벌을 사서 아침저녁으로 다른 수영복으로 입기 때문에 나의 수영은 언제나 새롭다. 물론 수태기(수영 권태기)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수영복 사이트를 구경하고 눈여겨본 예쁜 수영복 하나 구입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날 수영장 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2.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영법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님의 교정을 받을 때마다 새롭다.

“물 밖으로 팔 돌리세요! “

물 밖으로 팔 돌리기에 집중해서 잘 된다 싶으면

“고개 먼저 넣고 팔 넣으세요.”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서에 집중해서 하다 보면,

“머리도 깊숙하게 넣어서 접영 웨이브!“

이러니 질릴 틈이 있나. 나는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은 아직 더 배울게 남았다며 나를 붙잡는다.


3. 물속에서는 오로지 수영에만 집중

가끔 머릿속이 복잡하고 직장에서 인간관계로 속이 상할 때가 있다.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날 것 같지만 퇴근 후 습관적으로 수영장으로 향한다.

샤워하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내내 지금 기분으로 수영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계속 고민한다. 이러다 수영까지 싫어지는 건 아닌가...

하지만 괜한 걱정이다. 물속에서는 내가 밖에서 어떤 일을 겪었든 어떤 상황이든 오로지 영법에만 집중하게 한다.

‘몇 바퀴 남았지?‘

‘어깨를 돌리니까 물 잡는 느낌이 오네. 오예.’

‘다리를 조금 더 차 볼까?’

엥?

벌써 끝났네?

샤워를 하고 집에 오는 길, 그리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여전히 현실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가득하지만 수영하는 짧은 시간만큼은 나의 걱정을 잠시 꺼둘 수 있었다. 덕분에 내 정신건강도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또 빨리 내일이 와서 수영 가고 싶은 생각과 수영해서 노곤해진 몸 덕분에 금방 잠에 듣다.


4. 같은 것을 덕질하는 사람들

상급과 연수반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매달 똑같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또 젊은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주머니들의 알게 모르는 텃새로 마음의 문을 닫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름을 불러주며 친근하게 인사해 주신다.

“어~ 왔니? ^^“

”이건 이렇게 하면 돼~ 그래도 접영 많이 늘었네. “

강습이 끝나고는 일일선생님으로 영법을 칭찬해 주시면서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알려주시면서 서로 수영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5. 골라골라 오리발, 스노쿨, 패들, 숏핀, 다이빙

-상급반으로 가면 영법도 배웠겠다, 매일 뺑뺑 돌며 운동량만 늘어간다. 지겨울만하면 찾아오는 오리발데이, 턴, 다이빙, 스노쿨, 패들, 숏핀착용하는 날! 특히 오리발데이는 주 1-2회였기 때문에 그날은 절대 약속을 잡지 않았다. 유일하게 접영이 힘들지 않고 쭉쭉 뻗어나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생일이나 중요한 일로 빠지고 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땐 하루종일 나의 생색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일주일에 딱 한 번뿐인 오리발데이에 여기 왔다는 건 진짜 대단한 일이야. 그걸 잊지 말고 오늘 나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알지? 나 진짜 오리발데이 약속 안 잡는 거? 그만큼 넌 나한테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거야. 너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




우연히 인터넷에서 덕질의 이행시를 보았다.


 분에 이렇게 행복한데

 릴 리가 있나요.


나의 수영 덕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끝을 걱정하기보단 순간의 행복을 맘껏 누리고 싶다.

이별이 무서워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죽음이 두려워 매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아직 오지 않은 결말을 걱정하지 말고 오로지 지금의 행복을 맘껏 누리자!!


덕질은 계속될 거야. 언제까지나!

(일드 제목 패러디 사랑은 계속될 거야 어디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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