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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Dec 18. 2022

불씨로 시작된 퇴사

누구나 마음속엔 작은 불씨가 있어야 한다.

4년간 초등학생 돌봄 센터에서 근무했다. 큰 규모의 시설이 아니었기 때문에 센터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배울 수 있었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하며 나도 같이 자랐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던 나는 모든 어른들이 엄마처럼 착한 줄 알았다. 그리고 인간관계란 내가 잘하고 배려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차로 접어들고 새로운 사람과 근무를 시작하면서 나의 환상은 깨졌고 상처와 함께 현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받고 싶지 않아 온갖 논리를 고민하던 시기 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어 완성된 레벨의 상대를 이기기엔 나는 턱없이 부족했다. 영화 속 해피엔딩이 진짜라고 믿는 순진한 내가 전쟁을 하기엔 공격성 제로..... 대미지만 잔뜩 입고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총알을 장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에 분하고 억울한 꿈을 자주 꿨다. (일기장을 참고하였다.)


나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하던 도중 마음속 작은 불씨가 커졌고 활활 타올라 일을 저질렀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일본 유학 생각 중인데 준비하려고요. “


처음에는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음속 까만 연기를 걷어내 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보였다. 나를 괴롭히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하려고 밤새 만들었던

#티라노 동물원


나는 아이들 작품이 참 좋았다.

작은 그림 안에 아이들의 얼굴과 표정, 성격, 말투, 장난끼가 다 들어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

웃고있는 감들이 말하는 것 같다.

”쌤!! 피구해요!!“

#선생님 #폰이 #공짜래요

평소에 소심하고 한글 읽는 것도 어려워했던 친구가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주었다.

삐뚤빼뚤 글씨에 진심을 꾹꾹 담아 준 편지.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이맘때쯤이었겠지?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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