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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Jul 25. 2023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독일의 노년층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 새해를 맞이 하니 오랜만에 덕담을 한 달여 동안 나누는 훈훈한 정을 느꼈다.


12월 중순부터 "올 한 해 잘 보냈고 새해에는 건강하고...."


이런 카톡과 전화로 안부를 나눴고 새해에도 여전히 그랬고 시간이 지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쁘게 살고 있었는데 또다시 새해에는...라는 안부가 들려왔다.


구정! 유럽에는 없었던 새해가 우리나라에는 있었다.




종료된 프로인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인 마크씨가 우리나라는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서양에는 연말에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연도의 마지막 날을 친구들과 보낸다.


새로운 시작인 새해보다 연도의 끝맺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2월 31일보다는 새해의 첫 해돋이에 의미를 두니 미래지향적이라는 거다.

       



silver Generation

우리가 살았던 주택가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베이커리 가게에서 빵과 커피를 산다.


출근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바쁜 모습과 달리 느긋하게 걸음을 걷는 노부부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독일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은  무채색의 옷을 주로 입는데 그런 차림의 노인들의 모습은 흑백 영화에 나오는 모습같다고 매번 느꼈었다.


독일의 노년층은 대부분 여유가 있다.


아니, 은퇴 후가 인생에서 재정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Silver Generation" 은빛 세대라고 부른다.


우선, 우리처럼 자식 교육에 쏟아붓지 않기에 젊어서는 일하며 장기적인 계획과 저축이 가능하고 자식들은 18세가 넘으면 자연스레 독립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노후 대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에 자식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본인이 돕지 않아도 어디에서든 노동으로 살아갈 거라라고 받아들인다.


재산관리 

여러 자식 중에 경제적인 식견이 있는 한 명을 법의 절차에 따라 후견인으로 선정하든지 아니면 국가에 맡긴다.


독일의 종교단체는 한국처럼 다니는 교회에 헌금을 하는 게 아니라 나라에 종교세를 내고 운영되는 형식이라 국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


주변의 어르신들을 보면 가톨릭이나 개신교 계통의 재단에 재산 관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았다.


계약 내용은 까다롭고 복잡하여 자식들이 욕심을 낼 수도 없고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란 믿는 것뿐만 아니리 세금으로 운영되니 사회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공적인 일들이 많았다.


국가 = 종교 = 그러나 믿는 건 자유 


매우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외국인인 나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종교를 믿지 않으면 다른 기관에 맡기면 되니까 불이익은 없다.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에 가는 건 어르신들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에 가면 어르신들이 많이 식사를 하신다.


한창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연령층이 간단하게 피자 한 판을 먹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어르신들은 천천히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메뉴와 와인을 마시고 디저트까지 시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독일 전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동네에는 가격이 좀 더 비싼 프랑스 카페가 있었다.

이 집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디저트를 먹으면 다른 집보다 더 부담이 되지만 역시 주 고객은 동네 어르신이었다.

카페 메르시의 일상적인 모습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1유로 남짓한 콘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는 건 젊은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앉아서 6유로가 넘는 아이스크림을 시켜서 드시는 어르신이 많은 것도 당연한 모습이었다.


일명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고급 파스타집과 카페의 손님이 대부분 2,30대인 우리나라와는 매우 상반되는 분위기다.



여유가 있어 젊은이들에게 베푸는 노인층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의 입구


클래식 콘서트장에서 우리 아이는 제대로 티켓을 끊고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연주 시작 직전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티켓을 들고 어떤 젊은이에게 남은 티켓을 줄까 하며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곤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선 우리 아이에게 다가와서 이미 계산된 티켓을 선물로 주는 거다.


그런 분들이 여러 명이면 아이는 그중 가장 좋은 좌석을 고르기 까지 할 수 있었다.


대부분 티켓을 주는 분과 가까운 좌석을 받게 되는데 어린 학생이 감상하는걸 무척 기특해하시고 함께 음악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몇년 전에는 성공하신 은행가의 할아버지께서 일 년 치 공연 티켓을 주셨고 감사함으로 그분을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했었다.


그 이후에도 할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몸소 챙기셨다.


이메일에 음악을 하는 또 하나의 나의 딸이라 적어서 자주 안부를 물으셨다.


사실 나는 이분들을 통해서 몰랐던 세상이 보였고 내 아이의 성과에 뿌듯해하는 엄마로만 사는 게 전부가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본인의 연금을 값지게 사용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물색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많이 눈에 띈다.


사비로 학생들을 후원한다든지, 학교시설 개선을 해달라고 기부를 한다.


도시에는 사회단체에 도움을 줘 값진 인생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고 익숙하지 않았다.


젊어서 벌어놓은 내 돈을 베푸는 문화는 여전히 놀랍게 느껴진다.


실버타운 문화 

독일은 도시 근처나 외곽에 실버타운이 많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실버타운, 여름에는 이렇게 축제로 개방을 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살았던 주택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면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도 미리 실버타운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호텔처럼 편리하게 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손수 운전을 해서 외출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비용에 따라 얼마든지 시설을 선택할 수 있어 아예 일반 호텔같이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타운도 있다.


우리 딸애는 외곽의 실버타운에서 열리는 음악콩쿠르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일반 대학에서 열리는 콩쿠르와 다름없이 피아노가 있는 연습실이 있었으며 큰 행사를 치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연주 홀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여기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이런 곳을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거리낌 없이 개방을 하는 운영 체계에 놀라웠다.


물론 이렇게 좋은 실버타운보다 평범한 실버타운이 더 많다.



외국인이 느낀 미래 지향적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미래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세대에서도 조금이나마 해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일 어르신들처럼 멋진 곳을 찾아 즐기고 젊은이들의 녹록지 않은 (바쁜) 생활을 보면서 저 때는 다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보았으면 좋겠다.


독일의 노년층이 전쟁 후 국가를 다시 일으킨 대우를 받고 있다면 우리도 6.25 전쟁 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세대가 있지 않나.


독립하지 않는 청년은 사회문제로 간주되다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빠른 시기에 국가가 노인정책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한 젊은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는 전 세계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twixter 졸업 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세대)

영국에서는 kippers(부모의 퇴직 연금을 축 내는 사람)

독일에서는 nesthocker(집에 눌러앉아 사는 사람)

일본에서는 기생독신이라고 하며 캥거루족이 전 세계적으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


대다수의 나라가 이제는 굶는 것에서 벗어났고 돈을 버는 것만큼 어떻게 지출하며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되었는데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살았던 자식들은 대부분 재산을 탕진한다는 드라마 같은 결론을 많은 사람들은 예감하고 있다.


성인이 된 자식에게 어째서 지원을 해주냐고 묻는 독일인들

어떤 일이든 나라가 어떻고 복지가 어떻고 쉽게 말하지만 노년층의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비싼 등록금을 받아 가는 것도 당연하고 오랫동안 의존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문화, 자식 된 도리보다 자식의 권리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시될 때 우리 가정은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어린아이조차 부모의 돈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쉽게 사줄 부모도 없거니와 일정 시간 동안 부모와 타협의 시간을 갖는다.


운전면허를 타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비용은 독일 물가로는 상당히 비싼 편인데도 그 비용을 부모로부터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녔을 때 유럽 내 기업가의 자녀들을 가까이에서 보았는데 저학년 때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적인 자유를 인지하며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벗어난 행동으로 쫓겨나서 여러 학교를 전전하는 경우를 보았다.


결국 돈만 주면 들어가는 나라의 대학으로 갔고 부모도 자식에게 회사를 물러주지 않을 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어떻게 되든 사회규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부를 누리고 살겠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자식이 빨리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만 내 부모님의 노후 생활이 편하다는 결론을 내고 싶다.


이전 03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왜 독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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