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엉덩이를 보는 인간과 민주주의
인류학자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2004년 『벌거벗은 여자』란 책에서 동물이 성적 신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성기가 있는 엉덩이 부근이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 암컷은 네 발로 걷기 때문에 뒷모습으로 성적 신호를 보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노래 말처럼 암컷 원숭이가 발정기에 이르면 성기가 부풀어 엉덩이 주변이 붉게 변한다. 인간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다른 영장류와 사정이 달라졌다. 똑바로 선 현대 여성은 남성에게 엉덩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가슴은 엉덩이를 모방해 두 개의 반구 모양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여성의 가슴은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 그런데 다른 영장류의 암컷은 젖을 먹이지 않을 때 가슴 모양이 평평하다. 인간만이 여성의 가슴이 늘 볼록하다. 여성의 가슴이 남성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여성의 가슴이 성적 신호를 보내는 통로가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성의 가슴은 남자에게 큰 매력이다. 남성이 여성의 가슴에 집착하는 것은 진화로 설명된다.
물론 이런 설명이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은 그 밑바닥에 진화의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무지보다는 앎이 더 도움이 된다.
서구 7개국을 조사한 결과 가슴을 먼저 보는 남성이 여성보다 37% 많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결혼반지를 27% 더 많이 봤다. 남성은 가슴으로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여성은 결혼 여부로 잠재적인 경쟁자여부를 먼저 확인한다는 말이다.
남자가 좋아하는 가슴의 크기와 모양은 다르다. 보통 크기보다는 모양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2023년 연구에 의하면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모두 적당한 크기에 유두 윗부분에 볼륨감이 있는 여성의 가슴이 매력적이라고 본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유두 사이 거리가 짧은 경우였다.
가슴에 매력을 느끼는 건 생물학적이지만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선호하는 가슴의 크기와 모양이 문화에 따라 제각각이다. 연구에 의하면 파푸아뉴기니 남성은 사모아, 뉴질랜드 남성보다 큰 가슴을 선호한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대부분 가족이 먹을 정도만 얻고 잉여가 거의 없는 생계형 농업을 한다. 이처럼 식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풍만한 가슴이 임신과 육아에 적합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좋은 여성으로 간주된다.
예일대학의 클레란 포드(Clellan S. Ford, 1909~1972) 교수는 1951년 저서 『Patterns of Sexual Behavior』에서 부족마다 선호하는 가슴 모양이 다르다고 밝혔다. 여성의 가슴이 성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부족 13곳 중 9곳에서는 큰 가슴을 선호했다. 반면 아프리카의 아잔데 족과 간다 족은 길고 늘어진 가슴이 가장 매력 있다고 여겼다.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과 남태평양의 마누스 족은 똑바로 세워진 반구형 가슴을 선호했지만, 큰 가슴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남성은 여성의 가슴에 매력을 느끼도록 진화했지만, 환경에 따라 집착의 형태가 제각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엉덩이도 유사한 선호도가 나타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거의 동일한 선호가 나타난다. 물론 엉덩이가 큰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건강과 출산과 관련한 자연선택과 진화의 결과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선호는 크기보다는 허리와 엉덩이에 대한 비율이 기준이다. 남성 엉덩이는 탄탄함과 좌우 균형을 중시한다. 미국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허리 엉덩이 비율 0.65를 가장 선호한다. 몸매에 대한 선호도는 나라,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연령대, 성별, 인종에 따라 선호하는 엉덩이에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인 남자의 경우도 그 비율이 0.66인 경우를 가장 선호했다. 이는 엉덩이 크기도 적당하고 근육이 윤곽도 뚜렷하고 발달한 몸매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 미에 대한 선호,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남성의 멋짐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그 안에는 진화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이 작용한다. 게다가 개인적인 성향도 다르다. 이를 다양성이라고 한다. 다양성에는 생명다양성 그리고 문화다양성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증오하고 싸우는 사회는 동물의 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