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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맛 그리고 그리움

커피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입에도 안 대는 사람부터 하루에도 열 잔씩 마시는 사람까지, 좋아하는 커피도 다르다. 간식을 찾게 만드는 유전자, 단 것을 찾는 유전자, 술이나 커피 등에 중독되게 만드는 유전자 등도 밝혀진 걸 보면 유전자가 좌우하는 면이 강하다. 커피에 중독되게 만드는 유전자도 있다. 커피선호가 선천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국인과 미국인 40여만 명을 분석했더니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시는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상관관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 변이가 커피 소비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유전적 연관성).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86-024-01870-x


그러나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난 커피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있지만 산에 가면 커피가 늘 맛이 없다. 히말라야에 가면 커피보다는 짜이라는 차가 그렇게 맛있다. 가보면 안다. 특히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처럼 황무지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던 차도 서울에 와서 마시면 맛이 없다.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는 황무지이고 로지도 거의 없어 산 중에서 자야한다. 화장실도 별도로 없다. 해발 4~5000미터 높이의 ‘자연’ 화장실은 청정하다. 특히 밤이라면 하늘에 은하수가 흐르면서 별이 수도 없이 반짝이고 앞에서 6천 미터가 넘는 설산이 반짝인다. 하얀 산은 검은 커피를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워낙 낮에 자외선이 강하고 밤에는 추워 세균도 없는 것 같다. 같은 옷을 한 달 입어도 냄새도 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하루만 입어도 냄새가 난다.


더운 여름 날 서울의 아침은 차가운 커피가 댕긴다. 나의 선천적인 커피 선호와 자연의 커피. 커피와 차에 대한 선호는 유전자가 안에서 나를 좌우하지만 자연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신기하다. 히말라야 황무지를 닮은 회색빛 하얀 짜이 차가 갑자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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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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