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빙하기(Last Glacial Period)는 기원전 약 9300년 전에 끝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까지도 북미대륙에는 매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가 살고 있었다. 땅늘보(Ground sloth)는 기원전 1만1000년에서 기원전 8천 년경 멸종한 현존하는 나무늘보의 친척뻘인 동물이다. 이들은 나무늘보와는 달리 주로 땅에서 살았고 무게가 4~5t으로 코끼리와 비슷한 크기였다. 인간이 아메리카로 이주하기 전에 땅늘보가 번성한 것은 먹이가 다양하였고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원전 1만~1만1000년 전경 자취를 감추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멸종이 주로 인간 때문이 아니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감에 따라 변하는 기후에 의한 것인지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클로비스 문화(Clovis culture)는 기원전 1만1천50년 전~1만750년 전 북미 석기문화이다. 기원전 1만 1천 년경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매머드와 대형 동물을 주로 먹고살았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가장 많이 섭취한 단백질은 매머드(40%)이고 다음은 엘크, 들소 등이었다. 그동안 중요한 식량원으로 여겨져 온 작은 포유류는 식단에서 차지한 비율은 아주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비스 인들이 작은 동식물보다는 큰 동물 사냥에 특화된 집단이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매머드는 장거리이동을 했기 때문에 이동성이 뛰어난 인간에게 지방과 단백질의 좋은 공급원이었다. 매머드에 초점을 맞추면 클로비스 인들이 어떻게 수백 년 만에 북미 전역과 남미로 퍼져나갔는지 알 수 있다. 당시 기후는 매머드 같은 일부 거대 동물에게 적합한 서식지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매우 효율적인 사냥꾼이었던 클로비스 인들이 취약해진 대형 빙하기 동물의 멸종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말은 기후 때문에 멸종한 것으로 밝혀졌다. 약 5만 년 전부터 1만 3000년 전까지 빙하기 동안 말은 북미와 유라시아를 오가며 유전자를 교류했다. 시베리아뿐 아니라 유럽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말 화석에서도 북미 말의 흔적이 확인됐다. 빙하기가 끝나고 따뜻해지면서 베링 육교가 물에 잠겼고 대륙 간 연결 통로가 끊겼다. 동시에 북미의 넓은 초원은 습지와 이탄지(泥炭地. peatland)로 바뀌며 먹이가 나빠졌고 말의 이동성은 떨어졌다. 이탄은 완전히 탄화할 정도로 오래되진 않은 석탄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말이 줄어 사라지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능력이 무스나 엘크 같은 동물은 살아남았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k4851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라시아 같이 가축화할만한 대형포유류가 없었다. 또한 유라시아에서 작물화한 주요작물도 없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총, 균, 쇠』에서 밝혔듯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농업과 가축이 발전하지 않은 ‘자연적인’ 요인이다. 서구인들이 멸시하듯 말한 대로 ‘열등한’ 존재여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