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 질문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와 세균이 언제부터 탄생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시작된다. 또한 인류가 과연 언제부터 집단생활을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집단이 없다면 전염병은 없다. 사실 모여 살지 않는다면 ‘전염’ 병은 없다. 그렇다면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염병은 문명 안에 이미 내재된 셈이다.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면서 ‘큰’ 집단을 이루며 살았으니 전염 병원균이 퍼지기 좋아졌다. 초기 문명부터 인접한 자연에서 유래한 전염병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그 과정에서 점차 집단면역이 획득되어 균형이 이루어지면 전염병은 토착화된다. 문명들은 각각 고유한 토착 전염병을 가진다. 이 토착 전염병은 문명 간의 접촉을 통해 다른 문명으로 전달된다. 이미 토착화된 문명에서는 집단면역이 있지만 전달받은 문명은 집단 면역이 전무한 상태다. 그 결과 급작스러운 대규모 유행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역병이 발생하게 된다. 유럽이 남미로 진출하면서 발생한 역병이 대표적이다. 전염병 중에서도 빠르게 전파되고 치사율이 높은 경우를 역병이라 한다.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낮은 집단면역이 원인인 신종 전염병이다.
현대에 들어 인간이 자연을 지나치게 파괴하면서 전염병은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특정 동물 종에만 감염되도록 진화하여 다른 종은 쉽게 감염되지 않는다. 이러한 종간의 장벽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대표적인 예이다. 박쥐가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온 것이다.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이 영역을 넓혀가면서 인간과 동물의 잦은 만남으로 병원체가 종을 넘어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직접적인 DNA 증거로 입증한 연구가 2025년 나왔다. 약 37000년에 걸쳐 유라시아 전역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유골 1313구를 대상으로 DNA 분석한 연구이다.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 감염질병은 기원전 약 4500년 이후에만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농경과 목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이다. 기원전 약 3000년부터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 집단이 유럽으로 대규모 이주를 시작했다. 페스트균은 기원전 3700~3300년 처음 등장한 이후 기원전 3000년부터 확산하기 시작했다. 나병을 일으키는 나병 균은 기원후 약 500년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검출됐는데, 이 시기는 다람쥐 가죽 무역이 번성하던 때이다. 다람쥐와 인간 모두가 이 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192-8
인구가 늘고 자연파괴가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코로나19는 분명하다. 게다가 온난화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어리석기 그지없다. 특히 무지한 지도자가 세계를 파멸로 끌 수 있다. 무지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