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에서 식물이, 식물에서 산소가 그리고 인간이
고생대(Paleozoic Era)는 5억 4100만 년 전부터 2억 5천2백만 년 전까지이다. 약 5억 년에서 2억 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초기부터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의 6기로 구분된다. 고생대 이전을 신원생대(선캄브리아시대), 이후를 중생대라고 한다. 고생대 내에는 4억 6천만 년 전부터 4억 3천만 년 전에 걸쳐 작은 빙하기(안데스-사하라 빙기 Andean-Saharan glaciation)가 있었다. 이 빙하기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이 폭발하여 발생한 먼지가 지구에 도달하여 대기를 덮으며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다.
고생대의 데본기(4억 1920만~3억 5920만 년 전)에 인간이 포함된 척추동물이 생태계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3억 9300만년에서 3억 8200만 년 전 사이에는 비교적 깊은 바다까지 산소 농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형 어류가 살 수 있었고, 생물종 다양성도 커졌다. 4억 년 전 육지에 정착한 식물들이 점차 숲을 만들었고, 광합성으로 대기 중 산소를 늘리자 바닷물에 녹는 산소 양도 함께 늘어났다. 식물이 동물의 진화를 촉진시킨 것이다. 이 시기 원시 어류는 오늘날의 연골어류와 경골어류로 진화했다. 데본기 후기(약 3억 8천 5백만 년~3억 6천만 년 전)에 경골어류에서 진화한 육기어류 일부가 육지로 올라와 사지형어류(Tetrapodomorpha)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은 결국 양서류가 된 뒤, 파충류와 포유류의 조상으로 발전했다. 식물이 없었다면 포유류도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당시 높아진 깊은 바다의 산소 농도가 지금까지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3억 9000만년 동안 육상 식물이 꾸준히 산소를 만들어 해양과 육상 동물이 모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501342122
이 식물은 약 5억 년 전 육지에 나타났다.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era, 5.1~4.4 억 년 전)의 홀씨화석(fossil spores)의 발견되었는데 이는 식물이 최초로 바다를 떠나 육지에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식물이 바다로부터 육지로 진출한 후 식물의 도움으로 동물도 육지로 진출한 것이다. 2010년에는 약 4억7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태류 포자’라는 식물 화석이 아르헨티나의 안데스 분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 초기, 또는 캄브리아기 후기에 식물이 처음 육지에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상의 식물은 5억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식물이 물에서 육지로 진출하기 위한 진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우선 생명체가 육지에서 살려면 말라버리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물이 있는 내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외부와 격리할 수 있는 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필요했던 것은 광합성이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의 진화는 두 생명이 공생으로 합쳐지면서 발생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단세포 진핵생물이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를 집어삼킨 뒤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남아 에너지를 생산한 것이다. 광합성 기능을 지닌 박테리아가 진핵생물에 먹힌 뒤 엽록체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유전자를 잃어버렸다. 진화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수십억 년의 변이와 자연선택이 작용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