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천400종의 포유류 가운데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건 약 5%에 불과하다. 새끼나 자녀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대체로 암컷 또는 여자가 하고 있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흡사한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대형유인원들은 수컷이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 대형유인원 중에 인간만 남성이 아이를 돌볼 줄 안다.
수컷이나 남자의 아이 돌봄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아프리카 줄무늬 쥐(African striped mice, Rhabdomys pumilio)는 수컷이 새끼를 핥아주고 품어주는 부성애가 강한 개체부터 새끼를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개체까지 다양하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도 그렇다.
2026년「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털 색깔이나 비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구티(Agouti, agouti signalling protein)’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이러한 부성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딸 바보’ 수컷의 뇌는 이 유전자의 발현이 현저히 낮다. 새끼를 공격하거나 방치하는 수컷은 수치가 높다. 유전자 요법으로 강제로 수치를 높이면 자상한 수컷도 순식간에 새끼에게 무관심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중요한 점은 이 유전자 수치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라는 점이다. 수컷 쥐를 독방에서 혼자 지내게 하자 수치가 떨어지며 자상한 수컷으로 변했다. 반면 여러 마리와 함께 좁은 공간에서 경쟁하며 지내게 하자 수치가 치솟으며 육아를 포기했다. 외부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에 집중할지 자식 양육에 투자할지를 조절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도 이런 유전자와 뇌 영역을 가졌다.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같은 포유류이니 가능성이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123-4
당연히 호르몬도 영향을 미친다. 1982년 깜짝 놀랄만한 연구가 나왔다. 영국 동물학자들은 마모셋원숭이(marmosets) '수컷'이 새끼를 데리고 다니고 돌보는 동안 프로락틴(prolactin) 수치가 5배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인간 남성도 아이를 돌보면 호르몬에 변화가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은 줄어들고 옥시토신은 늘어난다. 인간은 자연계의 일원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외면하고 싶어도 사실은 사실이다. ‘동화’나 신화, 허구 속에서 살지 말자.
인간은 유전자나 뇌의 ‘명령’대로만 살지 않는다. 지적능력이 발달하면서 유전자와 뇌를 이해하고 유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것은 진보성향의 특성이다. 요즘은 아이를 부모가 공동으로 육아하며 사회생활도 함께 한다. 아직은 과도기라 혼란은 많지만. 우리는 ‘잔인하고도 혹독한’ 자연 그대로 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