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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18. 2023

동물의 진화와 동물의 인격권

사람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되었다. 영장류는 먹이를 얻을 목적이나 무기로 도구를 사용한다. 태국의 짧은꼬리 원숭이, 서아프리카의 침팬지, 남미에 사는 검은머리카푸친(갈색카푸친)도 도구를 사용한다. 제인 구달(Jane M. Goodall)은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흰개미 잡아먹는 것을 발견하였다. 


파나마 서쪽  태평양의 섬에 있는 코이바국립공원(Coiba Island National Park)에 사는 한 원숭이도 석기를 사용한다. 석기를 사용하는 원숭이는 지카론이라는 섬에만 산다. 이 섬에는 포식자가 없지만 먹을 것이 부족해 견과류나 갑각류 껍질을 돌로 깨서 먹었다. 원숭이도 우연히 석기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 원숭이는 흰머리카푸친이라는 종이다. 이 원숭이는 검은머리카푸친과 620만 전쯤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간이 침팬지나 보노보의 마지막 공통 조상과 분리한 시점과 거의 같다. 석기의 사용과 종이 분리되는 시점이 원숭이와 인간이 비슷하다. 환경변화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도구를 사용하면서 머리 좋은 인간과 원숭이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원숭이는 딱딱한 견과류와 조개를 먹기 위해 석기를 사용한다. 원숭이가 석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새, 멧돼지, 해달 등 다양한 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원숭이가 석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조상이 만들어 사용했던 석기와 아주 비슷한 도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원숭이들이 만든 많은 것이 현재 알려진 최초의 호미닌(hominin, 분류학상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이 돌을 사용해 만든 공예품들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숭이가 사용한 도구는 인위적이며 의도적으로 도구를 만들었다는 증거이다. 초기 인류의 석기의 기원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견과류를 깨기 위한 행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석기를 만드는 일이 인간과 그 조상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석기를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인간 이전부터 진화해왔음을 시사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e8159


이렇게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동물도 인간처럼 인격권이 있는지 논란이 일어왔다. 2015년에는 침팬지가 인격이 있는지에 대하여 미국법원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뉴욕 맨해튼 대법원은 실험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두 침팬지가 사람처럼 ‘인격(person)’을 갖고 있는지 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청문회를 연 것이다. 이 재판은 동물보호단체가 침팬지가 사람처럼 감정이입 등의 복잡한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들 침팬지를 동물 보호구역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이 소송은 법원에 의하여 기각되었다. 침팬지 소송이 가능해진 것은 뇌 과학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은 이성이 없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우리 인간은 사람과 동물을 구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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