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m on my way 01화

피어보니 봄이었다.

내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 세상이 어떤지 절대 알 수 없다.

by 장지혁

사업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홍대 학생들의 실력이 실무를 만나서 각자의 포폴로 스며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나는 홍대 세종캠페스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세종에 있음에도 여기를 졸업하면 다들 서울을 가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나는 세종에서도 서울 만큼의 일을 할 수 있고, 오히려 교통도 복잡하지 않고 사람 사는 것 같은 동네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 로컬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만, 정작 문화 로컬만 많아지고 있다. 진짜 로컬의 시작은 일을 만드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다 가져가는 에이전시의 일을 우리가 뺏어오려고 만들었다. 그게 로컬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축이라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에이전시를 같이 하자는 친구를 만나서 그냥 바로 시작해버렸다. 로컬 중점대학의 도움을 받아서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말이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오면서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고민할 거리도 많고,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면 시작을 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버텼다. 덕분에 연대가 무언인지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대견했는지, 아크릴 가게 사장님, 카페 사장님, 영상 작업 외주 사장님 등 협력업체 사장님들이 우리를 발벗고 도와주셨다. 그리고 우리 옆에 젤라또 가게, 우리 맞은편에 술집, 우리 선배가 하는 센드위치 가게 등. 주변에 로컬 크리에이션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서로 팔아주고, 서로 홍보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었다.


어김없이 출근을 하고 있는데, 내 발 앞에 있는 꽃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꽃은 봄인걸 알아서 피운걸까. 아니면 피어보니 봄이었던걸까. 단지 그 꽃은 그냥 지금쯤 피고 싶었을 것이다. 확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지금 방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내던졌는데, 알고 보니 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모든 것이 이렇지 않을까? 타이밍을 맞춰서 무언가를 시작해야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타이밍에 들어가면 그때가 봄이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시작하고 있고, 누군가는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타이밍을 맞추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타이밍에 도전해 보자고. 아무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것 같고, 나혼자 힘들어 할 것 같은 겨울이라고 느끼고 있더라도, 그때 피워보면 주변에는 항상 다른 꽃이 있다. 그리고 봄이라는걸 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걸 느낀다.


이 말은 비단 사업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내가 제품 디자인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 브랜딩을 무기로 제품디자인의 영역에서 피워지게 된 것. 사실 나는 그저 피우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은 제품에 이야기가 더해져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냥 프로덕트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었는데, 제품을 브랜딩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 생각하는게 다 똑같은걸까, 아니면 내가 트랜드를 따라가고 있었던 것일까. 이건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 명확한 것은, 인생은 타이밍이 아니다. 굳이 타이밍을 맞추려고 애쓰지 않고자 생각을 바꿨다.


타이밍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피고 싶을 때 피워야겠다. 그러면 그 순간이 바로 봄이 되니까.

내가 피우기 전까지는 그 공간이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모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