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m on my way 04화

두들겨보지 않고 건너는 돌다리

불안감을 이겨내는 방법

by 장지혁

낚시를 가면 가끔 테트라포트를 건너야 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척척 넘어가지만, 나는 그 앞에서 늘 멈칫하게 된다. '미끄러지면 어쩌지, 손을 잘못 짚으면 바다에 빠지는 거 아닐까?' 하는 등의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렇게 무서운 상상이 몰려오면, 한 발조차 내딛기 힘들어진다.


며칠 전, 나는 처음으로 직접 마케팅을 해보기로 했다. 디자인 에이전시를 알리기 위해 ‘소비쿠폰 사용 가능’ 스티커를 만들어 상점에 나눠주러 다녔다. 저번 주 수요일, 작은 명함 한 장 들고 동네 가게 문을 열며 “안녕하세요!”를 외치고 다녔다. 어림잡아 15군데는 돌아다닌 것 같다. 시장도, 골목 상가도, 스티커가 안 붙어 있는 가게는 거의 다 들어간 것 같다.


그런데 시작은 참 쉽지 않았다. 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한참을 망설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당근마켓이나 인스타그램으로도 충분히 홍보할 수 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쪽팔리면 어떡하지?' 이렇게 돌다리 두드리듯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나 혼자 상상 속에서 거절당하고, 외면받고, 아무도 관심 안 줄까봐 겁이 났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건네고 오면 후회는 안 하지 않을까?’


그래서 문을 열었다.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저희는 디자인 스튜디오인데요…”로 말을 꺼냈다. 덜컥 겁났지만, 몇 군데에서는 스티커를 반갑게 받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마케팅의 첫걸음을 떼었다.


그날 나는 알게 됐다. 어떤 불안은, 두드리기보다 그냥 건너보는 게 빠르다는 걸. 돌다리를 아무리 두드려도 결국 무서운 건 내 마음이고, 그 두드림이 오히려 나를 더 주저앉힐 때가 있다는 걸. 물론 무작정 덤벼들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안 죽겠지 싶은 일이라면 한 번쯤은 용기 내서 발을 디뎌보는 것도 괜찮다는 거다. 혹시 빠진다 해도, 그때 가서 헤엄칠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 마음가짐을 갖게 된 후, 나는 마침내 테트라포트 위에 한 걸음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여전히 무섭긴 하지만, 예전처럼 멀리서 바라보며 망설이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불안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빠르게 뛰어들수록, 그 실체는 생각보다 작고 흐릿했다.

그렇게 '불안하면 빠르게 시작하고 뛰어들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베타버전이 되어보자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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