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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Nov 08. 2022

호텔만 가던 내가 캠핑을 떠난 이유


어느 날 아이가 말을 걸었다.


아이 : 아빠! 우리 가족은 행복하지?

나 : (약간 당황하면) 그... 그럼~ 행복하지!

아이 : 그러면 행복한 가족은 뭘 하면 좋을까?

나 : 글쎄... 뭘 하면 좋을까나? (뭐하고 싶은 게 있나?)

아이 : 에이.. 그것도 몰라? 

나 : 그게 뭔데? (진심 궁금)

아이 : 그야 당연히 가족끼리 여행 가는 거지~!!


그랬다.

행복의 시작은 "여행"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답고 멋진 광경을 보고

제철음식에 입맛을 돋우는 요리를 해 먹고

서로를 아끼며 대화를 하며 즐겁게 웃는 일...

그것이 행복이고, 그 행복한 일의 모든 집약체가

바로 여행이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어렵고도 참 쉬운 일!


아이의 한 마디에 

나는 행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 포항 주위는 온통 시골이라 어딜 가든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곤 한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누런 들판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모두 내 것인 마냥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격주에 한 번은 야외로 나가

캠핑을 즐기러 떠난다.



하지만 처음부터 캠핑을 즐기고 좋아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고,


무엇이든 불편한 야외보다는

모든 것이 갖춰진 실내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캠핑이란 단어는 나와는

상극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캠핑을 시작했을까?



캠핑을 하는 삶을 시작한 건,

바로 사람 때문이었다.


나를 믿어주고, 나의 고민을 털어낼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생기고,

나 또한 그 분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온전히 나 다울 수 있게 해 준 분이

캠핑을 좋아하셔서 시작하게 됐다.


나는 스스로 그분을

"나의 영혼의 단짝"이라 부른다.



소나무처럼 늘 우직하고 

일 년 내내 푸르고 성실한 삶을 살아내는

내 영혼의 단짝은

무척이나 "캠핑"을 좋아한다.


캠핑을 하면서 건강도 찾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며,

끊임없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다.


처음이라 서툴렀던 내게

따뜻한 말과 힘을 주어 건네는 손은

나에겐 커다란 용기와 도전의식을 깨워주었고,

언제든 나를 지지해줄 것 같은 믿음도 생겼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

그의 가족과 함께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바로 캠핑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공동체보다는 혼자가 편했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익숙했다.


하지만 영혼의 단짝과 함께할 때에는

함께 일 때 더 행복했고,

크든 작든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우리 가족끼리 캠핑을 다녔다면,

저질체력이었던 나는 쉬이 지쳤을 것이고,

어쩌면 나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 감사한 인연이고,

참 좋은 인연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핑장에서 먹기 좋은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 일은 꽤나 수고스럽지만

꽤나 만족감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데 진심이기에 

캠핑의 시작은 사람이었으나

지금까지 캠핑을 꾸준히 하게 되는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맛있는 캠핑음식들에 있다.



양고기와 장어구이를 집에서 해 먹기는 어렵고,

식당에 가서 즐기기에는 가격적인 부담이 큰

메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캠핑장에선 이 모든 부담이 줄어든다.

아.. 물론 탄소배출은 좀 되겠지만 말이다.



호텔을 가는 여행도 물론 좋다!

깨끗한 객실에서 따뜻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고, 맛있는 먹을거리도

유명 관광지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시간이 촉박하여 온전히 편안하게

즐길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캠핑을 다니게 되면,

시간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해방감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되는데


특히, 자연과 함께 몸을 맡기고

좋은 공기 속에서 좋은 풍광을 느끼는 일은

꽤나 근사한 경험이 되고,


말 그대로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통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얻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저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텐트를 치며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쓰다 보면

땀을 흘리는 나 자신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리고 캠핑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잦다.


갑자기 비가 올 수도

바람이 세게 불 수도 있고,

깜빡 잊고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지 않는 일처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닥치는데


그때마다 나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자연에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시간을 쓰다 보면, 

때 묻은 세상에서 가져온 새까만 고민들은 어느새 잊게 된다.



아무것도 없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있어도

아무거나 할 수 없듯이

무얼 하든 자신의 선택이다.


나는 캠핑을 통해

자연 속에서 진정한 나 다울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사람들과 함께일 때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도 캠핑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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