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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Nov 14. 2022

캠핑장에서 삶의 교훈을 얻다.





주말을 틈타 여느 때처럼 캠핑을 떠났다.

높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공기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었기에 뭔가에 홀린 듯 떠났다.


더구나 11월이 되면서부터는

아주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던 주간이라


"쉬고 있어도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상태가 지난주 금요일까지의

내 불안한 정서였다.










캠핑을 떠날 때의 마음은

항상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이내 내가 왜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려 돈과 시간을 쓰는 걸까? 하는

이른바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이 바로 온다.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가재도구에서부터 물과 식량까지

한정 없이 필요하다.


그렇게 필요한 식량과 텐트를 비롯한

무거운 장비들을 차에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여야 한다.


이미 여기서 한번 현타가 온다.






그런데 캠핑장까지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데

야간에 운전을 해야 하니 신경이 곤두선다.


퇴근 후 저녁에 움직이다 보면,

저녁도 대충 먹게 되는데

배가 고프면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솟구치는 건

대부분의 남자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는 간단히 라면이나 김밥,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하는 편인데

그나마도 먹는 게 귀찮아서

기계적으로 씹어 삼킨다.


캠핑장에 와서부터는 진정한 육체노동이 시작된다.


야외에서 텐트를 치는 일을

캠퍼들은 피칭이라고 부르는데

피칭을 할 때 극도의 신체적 피로감이 온다.


이제는 피칭하는 일이 익숙해졌지만,

그 전에는 제대로 된 조명기구도 없이

피칭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힘들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짜증과 고통스러운 시간은

 어느새 끝날 것이라는 것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을 하는 단계는

미리 준비되지 않았으면 힘들게 마련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거나

재력으로 편안한 상태를 미리 만들어두었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시작하는 그 순간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처음 시작하는 때 부모의 도움이나

집안의 재력이 있다면

여유롭고 편안하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더 힘들고 덜 힘들 고의 차이일 뿐이지

그 과정 자체를 생략할 수는 없기에

그걸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이건 아주 근사한 일을 하기 위한 일이고,

지금의 노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고 빛나는 일이야!"

라는 마음을 가지면,

고통과 힘듦은 어느새 덜어지기 마련이다.


그걸 깨닫지 못하면,

불행한 시간을 스스로 연장할 뿐이다.




비가 오면서 싸늘한 공기가 몸을 감싸고

추위를 덜어내고자 모닥불을 피웠다.


이내 온기가 느껴지고,

편안한 감정이 찾아온다.


등에 맺힌 땀도 식으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그저 웃음과 미소가 피어난다.


나는 이 상태가 참 좋다.

마치 환상적인 상태에 이른다고나 할까..


그러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가져온 구황작물들을 급하게 쿠킹포일로

감싸준 뒤 숯 위에 올려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군고구마가 입에서 춤을 춘다.


허기진 상태에서 맛보는 최상의 맛이다.


그야말로 꿀맛!







장작을 피워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장작에 불을 붙이는 방법은 아주 다양한데

착화제를 써서 붙이는 방법과

토치로 장작에 불을 뿜어내 붙이는 방법 정도가

일반적인 것 같다.


사실 나무에 불이 붙기 위해선

엄청난 열이 필요하다.


자연 상태에서 불이 붙기 위한

자연발화 온도는 무려 섭씨 400도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에 불을 붙일 땐

일정 시간 동안 토치로 가열을 해줘야 한다.

나무 자체의 온도도 올라야 하고,

스토브 자체의 온도도 높아야 장작이 잘 타오른다.





나무에 불이 제대로 붙어 타오른다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숯을 보며 불멍을 하게 된다.


하염없이 솟구치는 희나리를 보는 것도 좋고

노랗다가 빨갛다가 색깔을 바꿔가며

자신을 태우는 모습을 보면

세상 시름은 잠시 놓아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념에 잠긴다.


완전연소를 하는 좋은 장작은

그의 재를 거의 남기지 않으며

깨끗이 소멸한다.


그 어떤 오물도 없이 말이다.


불 타오른 후 시커멓게 남은 재는

지우기가 힘들 정도인데

마음의 재가 남지 않도록

좋은 글만 써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오로라 가루를 쓰면

붉기만 하던 불이 형형색색의 불로 바뀌게 된다.


일종의 양념인 셈이다.

하지만 이 오로라 가루는 몸에 해롭다.


타오르는 불빛을 예쁘게 바꿔주지만,

결국 화학물질이 타오르는 것이니

몸에 이로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주의가 필요하다.

환기도 잘해야 하고,

만지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특히 먹는 것에는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글쓰기에서 오로라 가루는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이슈가 되지만 다루는데 주의가 필요한

글감 들일 것이다.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쓰는데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오로라 가루는 한번 넣으면

꽤나 오랫동안 지속이 된다.


그래서 쓸 때에는 생각을 잘해서 써야 한다.


캠핑장에서 여러 교훈을 얻었다.







글을 쓰는 일도 나무에 불을 붙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매일 평균 2개의 글을 써왔는데

이렇게 글을 써온 루틴은 브런치와 블로그라는 장작에게

훌륭한 토치 역할을 했고, 찾아와서 보는 이가 늘어났다.


이제 조금씩 글이란 장작에 불이 붙으려 하는 것 같다.


물론 이제 불이 붙은 게 확실시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만 토치를 끄면 연기만 내다 꺼져버리고 말 것이기에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글을 쓸 예정이다.


본업이 아닌 작가로서의 삶이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날도 있는 반면에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고

왜 내 글은 사람들이 많이 안 읽어줄까? 싶은

걱정과 고민만 하는 날들도 많다.


모두 욕심이 투영된 날이었고, 그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불안하면 토치를 들고 불이 제대로 붙을 때까지

쓰고 또 쓰고 또 쓰면 될 일이다.


내 생각에 결국 대단한 천재와 많은 작가들도

그저 썼을 것이다.


“쓰다 보면 잘 써지겠지! ”라는 믿음으로

나는 이번 주도 열심히 쓸 것이다.


캠핑을 떠나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다.




가을이다.


모두들 아프지 마시라!


그리고 지금 계신 곳에서 당장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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