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an de TJ Nov 15. 2022

나에게는 열한 명의 조카가 있다.

말 그대로다!

나에게는 열한 명의 조카가 있다.


처조카가 열! 그리고 친조카가 하나!


처조카가 많은 이유는

아내에게 위로 언니 둘 그리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조카가 열 명이니까

한 집당 평균 3명이니

말 그대로 한 집은 4명의 다둥이다.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지만,

아들을 바랐던 집에서 셋째 딸이라

본인 말로는 크게 대우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누구보다도 집안에서 인기가 많고

성격도 좋아 누구든지 아내를 좋아한다.


내가 아내에게 첫눈에 뿅~ 갔던 것도

미모도 미모지만 인성이 한몫했다.


소개팅을 하고 서로를 알아갈 때 즈음

아내는 종종 조카를 돌봐야 한다며

만나는 날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처음에 나는 나를 싫어하나? 생각을 했다.

괜한 자격지심이 들었던 것인지 몰라도

나는 아내가 매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만나면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를 함께 했고,

그렇게 만난 지 200일 만에

결혼식도 해버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표현이 딱이다.




결혼을 하고 나니

조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능숙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놀았고,

아이들도 늘 그래 왔듯이 막내 이모를

곧 잘 따르곤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내가 정말 착한 이모구나..

아이를 사랑하는 여인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더 끔찍하다.

나는 자식 문제에서는 결코 아내를 이길 자신이 없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격언처럼

아내는 사랑과 인내, 희생으로 아이들을 길러내고

나는 그런 아내를 걱정하며 산다.


아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 : 너희들은 나중에 크면 엄마한테 효도해라.

     나중에 돈 벌면, 아빠한테는 용돈 안 줘도 되니까

     엄마한테 다 해줘라.

아이 : 왜? 아빠는 필요 없어?

나 : 어! 아빠는 엄마보다 잘해줄 수 없으니

      엄마한테 받은 거 다 돌려줘라~

아이 : 오케이~ 접수!


아직 아이들은 철이 없다.




가장 큰 조카는 이제 고3이 되었고,

가장 어린 조카는 불과 며칠 전 태어났다.


얼마 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조카 녀석이

우리 집에 혼자 왔었다.

참고로 조카의 집은 울릉도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왔다는데

그래도 이모부에게는 늘 생글생글 웃으며

이것저것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친구다.


사내아이지만 거칠지 않고 조용한 성격에

착하고 여린 아이라 늘 마음이 쓰였는데

이번에 가고 싶은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면접을 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치르는 면접 과정이기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조카에게

나는 또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걸 또 조카는 다 들어주었다.

기특한 녀석!


나는 과거 면접 경험과 실무경험에 기대어

면접의 기본태도와 예절을 가르쳤고,

기본적인 질문 유형과 예상 가능한 답변을

서로 맞춰가면서 밤이 새도록 연습을 했다.


조카 녀석은 난생처음 밤 12시가 넘도록

계속되는 연습에 눈을 비벼가며

꽤나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싫은 티를 안 내려 안간힘을 썼다.


나 : OO아, 다시 한번 더 해보자.

조카 : (코를 훌쩍거리며) 네, 이모부!

나 : 그래 오늘 하루만 불태워 보는거야~

조카 : (눈을 비비며) 네...

나 : 자! 어깨 펴고, 허리 펴고, 목소리 크게!

조카 : (배에 힘을 주며) 네~


얼마나 간절할지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더 채찍질을 했고,

어느 정도 반복연습을 하니

내 직성이 어느 정도 풀렸다.






아내는 조카가 면접을 보는 날

차로 직접 데려다 주니 자기가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고 했다.


나 : 왜 자기가 떨려?

아내 : 아.. 몰라 그냥 내 마음이 그랬어...

         그냥 내 자식이 그래도 그럴 것 같아.

나 : 그래서 OO 이는 안 떨고 잘했대?

아내 : 응~ 안 그래도 이모부랑 준비했던 게 나와서

        안 떨고 잘했다네

나 : 다행이네...

아내 : 당신도 고생했어~


면접을 치르고 난 후 차에 타자마자 녹초가 되어

잠이 들어버렸다는 조카 녀석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갔다.


처음 볼 때만 해도 그냥 어린아이였는데

어느새 저렇게 컸을까? 싶기도 하고,

나와 제법 어른스러운 대화가 되는 걸 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다.


그리고 조카는 자기가 그토록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참 다행이다.




며칠 전 열한 번째 조카이자

첫 번째 친조카가 태어났다.


어렵게 만난 아이인 만큼


나는 그 아이에게도

정말 좋은 삼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열한 명의 조카에게 든든한

이모부, 고모부, 삼촌이 되고 싶다.


나에게는 열한 명의 조카가 있다.

조카들이여~ 나를 따르라!






작가의 이전글 캠핑장에서 삶의 교훈을 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