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휴일 아침 느지막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를 따스이 안아주었고,
밤새 잠은 잘 잤는지..
먼저 눈을 떠서 뭘 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나 : 똥강아지들 잘 잤어? (팔을 크게 벌려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아이들 :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 : 언제 일어났어?
아이들 : 일곱 시예요.
나 : 일어나서 지금까지 뭐했어?
아이들 : 유튜브 봤어요... 헤헤헤.....
아내 : 저것들 아주 TV 보려고 배고파도 참고 저래~
아내가 슬쩍 아이들의 비행을 일러주었다.
나 : 오늘 우리 바깥공기 쐬러 갈까?
아이들 : 오~ 좋은 생각!!
아내 : 안 그래도 좀 답답했는데 우리 밖에 나가보자
나 : 그래 단풍구경도 못 갔는데 나가보자~
우리는 한 시간 남짓 드라이브를 하며,
수목원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하늘은 드높았고,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는 일은
마음이 퍽 넉넉해지는 찰나를 선물해주었다.
파란 하늘에 선물처럼 하얀 솜뭉치와 깃털 같은
구름들도 곳곳에 깔아 두어 머리 위로는 편안한 구름 침대를
발아래는 온통 울긋불긋한 낙엽들이 가을을 수놓았다.
가을이 왔는데 가을을 마중 나가지 않은 탓에
이제야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아내의 손을 잡고 수목원을 걷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내 : 나는 말이야! 요즘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
나 : 요즘 애들이 당신을 힘들게 해서 그런가?
아내 : 예전에는 내가 막 조바심내서 이러면 위험해 이러면 안 되라고 했는데
그렇게 했던 게 좀 과했던 게 아닐까 싶어~
나 : 당신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왔어! 그게 당신의 방식이고 아이들도 잘 알걸?
아내 : 그렇겠지? 그런데 왜 저렇게 애정결핍처럼 행동할까?
나 : 거리두기를 좀 해봐..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당신도 숨을 쉬어야지!
아내 : 그래 그것도 필요할 것 같아
나 : 그런데 나는 당신이 이제까지 잘해온 것 같다고 생각해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내)
아내 : 어떤 면에서?
나 : 당신 그거 알지? 장난감 차 중에 태엽 감듯이
뒤로 감았다가 놓으면 앞으로 가는 차 말이야!
아내 : 응. 그거 OO이 갖고 놀던 거..
나 : 그래 나는 애들이 그 장난감 차 같거든..
너무 열심히 감으면 결국 터지잖아! 너무 과하지 않게 뒤로 감아줘야 하듯이
부모가 너무 과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안 되는 것 같아.
아내 : 그래 맞아 언제나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부모 욕심이 과할 때인 거 같아.
나 : 근데 나는 어느 정도는 감아줘야 하는 게 부모역할이라고 봐
아내 : 그렇지... 내가 욕심이 좀 과할 때 애들이 좀 힘들어하긴 해
나 : 그리고 레이싱 경주하는 것처럼 옆에 가드를 설치하는 건 부모의 역량인 거 같아.
아내 : 그건 또 무슨 얘기야?
나 : 옆에 가드가 없이 바닥에 가만히 두면 제맘대로 가잖아!
다른데 새지 않도록 방향을 잘 잡아주는 건 결국 부모의 힘인 것 같아!
실수를 하거나 돌발상황이 생겨 실패를 해도 문제가 없게 하니깐 말이야.
아내 : 음..
(아내는 나의 말이 재미가 없으면, 급격히 말수가 사라진다.)
서로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다 보니
아내가 새삼 훌륭하고 대단해 보였다.
말로는 내가 뭐 대단한 사람처럼 떠들고 있었지만
그런 대화를 나눌 때에도 늘 아내의 눈은 아이들을 향하고 있고,
아내의 입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하려고 쉴 틈이 없었다.
어떻게 저 사람은 갑작스레 엄마가 되었는데도
원래 난 엄마로 태어났다는 것처럼
저렇게 당연하게 행동하고 말할까 궁금하다.
아내도 엄마가 된 게 처음이고, 나도 아빠가 처음인데
아내는 프로선수인 반면에 나는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도 되지 않는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어 잠시 소개를 해본다.
학구열이 센 지역에 산다는 사는 게 풍족한 한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해 다른 소도시에 사는 부모에게
"거기는 애들을 대충 키우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의 요지는 "자신은 아이들 학업에 필요한 비용을
아이에게 한 달에 얼마 얼마를 쓰고 있는데
너희는 고작 그 정도밖에 투자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나는 투자한 만큼은 아이에게서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돈을 많이 쓰면 잘 키우는 것이고
돈을 적당히 쓰면 대충 키우는 것이란 이야기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를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 본다면,
백번 양보해서 본다고 하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당연히 자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고,
자식은 부모의 전유물이 아니다.
돈이 아이를 잘 키우게 하는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오~ 공감되는데 라는 X소리를 하지 않는 나 스스로가 뿌듯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럼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것일까
부모로서 고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역시도 아빠가 처음이지만,
이제까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종합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먼저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길러낸다는 것이다.
하루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아이들은 소리를 내지 않고,
그걸 보는 부모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그래서 건강하게 키워내는 것은 가장 첫 번째 일이다.
아이가 잘 컸다고 하는 말은
주로 외모와 언행이 바를 때 주로 하게 되는 말이다.
외모가 준수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적절히 운동도 시키고,
과하게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인성이 올바르게 자라나려면,
자식의 거울인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가 내뱉는 단어들과 행동을
자식들은 거울처럼 보고 배우며
그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옷을 단정히 입고
쓰는 말이 경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읽히고, 좋은 모습과 좋은 곳을 보여주어야 한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아이들에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법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겐 최고의 벤치마킹 방법이 될 것이고,
최고의 스승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잘 큰다는 것은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스스로 존재가치가 높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부모가 바라는 방향과 속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서 성장하고,
스스로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 말이다.
거기까지가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려면 가급적 어릴 때부터 행복한 경험을
작더라도 자주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라는 연구 결과처럼
너라는 아이는 오늘도 내일도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밝게 키워내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혼자일 때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일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저 혼자만 놀고
저 혼자일 때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느는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모 여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며
혼자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됨과 동시에
다른 우주들과도 공감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부모는 자식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
나만의 생각에 갇혀 아이들의 생각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지옥일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가 어떤 것인지
늘 궁금해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같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을 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날 때
부모는 자식의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이자
선생님이자 컨설턴트로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공감해주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가족이기에 해 줄 수 있는 일,
바로 그 일은 부모만이 해 줄 수 있다.
누구나 그렇듯 부모가 되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은 없다.
그냥 하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방식을 알아차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시도하되,
잘못된 행동은 다시 하지 않는 것이
내가 배우고 익힌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색깔을 내는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하나의 우주이기에
나의 아이들이 "밝은 빛을 내는 좋은 우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내가 바뀌어야 아이들도 바뀌고,
내가 올바로 서는 일이 곧 아이들이 올바르게 크는 일이 아닐까 한다.
자식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 스스로 당당하게 빛나는 인생을 살자!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에 머무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잘 컸고,
우리의 아이들도 잘 클 것이다.
그런 믿음이 부모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