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고백, 그리고 불안의 시작
하이에나는 혼자보다 무리로 움직일 때 훨씬 강력하다. 사자조차 여러 마리가 달려들면 버겁다. 그들은 멀찍이서 기회를 살피다, 먹잇감이 방심하면 슬그머니 다가온다.
그의 시작도 그랬다.
그의 무리처럼 움직임은 정교했다.
모이는 방식, 분위기 조성, 그리고
둘만의 시간을 절묘하게 만들어주는 타이밍까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술수라면 완벽했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어느 날,
헤어질 때 아이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 내 현실과
그가 내 앞에서 웃고 있는 비 현실 같은 두 모습에 괴리감이 생겨 결국 고백했다.
두 딸이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의 그에게 미안함이 컸지만 ,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괜찮아. 네가 트랜스 젠더만 아니면 난 상관없어.”
그 말은 나를 웃게 했던 묘한 위로였고,
오히려 그 뒤로 그는 더 친절해졌다.
아침엔 도시락, 점심엔 일터로 피자 배달, 저녁엔 내 친구들과의 바베큐 파티, 그리고 내 건강까지 챙겨주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차마저 내게 내어주었다.
아이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어주었다.
그때 나는 그걸 헌신이라 믿었다.
부모님이 없는 빈자리를 그가 대신 채워주는 거 같았다.
그러나 작은 균열은 금세 드러났다.
그는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며 힘들다고 했지만, 시험은 치르지 않고 출석만 채운 채 학교만 옮겨 다녔다.
비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고용주 스폰서십은 거부하면서 끝까지 시간을 벌고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 모순을 마주한 순간,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헌신이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계산의 일부였을까.
하이에나도 그렇다.
겉으로는 서로를 돌보며 무리를 이루지만, 먹잇감 앞에서는 본색이 드러난다. 멀찍이서 지켜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달려들어 뼈까지 씹어 삼킨다.
그의 방식도 그랬다.
든든한 울타리 같았지만, 곧 알 수 없는 의문을 남겼다. 나를 보호하는 듯하면서도, 어쩐지 낯설고 이상하게 불편한.
그땐 알지 못했다. 그 불편함이 곧 더 큰 사건의 전조가 될 줄은.
구독과 좋아요 댓글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