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고백 대신, 살벌한 고백
나는 그냥 연락을 받아서 나갔을 뿐이었다.
왜 만나자는 건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그런데 도착해 보니 모르는 남자 셋이 앉아 있었다.
전화를 걸어온 그 사람까지 포함해서 네 명.
그들은 이미 친한 무리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웃고 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 앉은 나는, 유일한 여자였다.
처음엔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나에게 집중된 얘기도,
불편하게 바람을 넣는 말도 없었으니까.
그냥 가볍게 질문만 던지고는 금세 자기들끼리 대화를 이어갔다.
오히려 그래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묘한 낯섦은 분명 있었다.
나머지 셋은 어딘가 정신세계가 특이한 사람들 같았다. ‘뭐야, 저 사람들…’ 하는 불편한 기운이 스쳤다.
그런데 그중 단 한 사람은 달랐다.
무리와 선을 긋듯, 담담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얘네들과는 무관하다”라는 듯한 태도.
그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주었다.
이 중에서 정상적인 사람이구나,
그렇게 인식이 심어졌다.
그거 아나?
사람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과묵함이다.
말이 없으면 신비주의가 생기고,
신비로움은 궁금증을 불러온다.
궁금증은 곧 호감이라는 착각을 낳는다.
이른바 환심 사기 작전.
뒤늦게 알았다.
하이에나는 먹잇감을 곧장 물지 않는다.
무리를 지어 빙빙 돌며 긴장을 풀어놓고,
경계를 늦추게 만든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가장 조용히 다가온 한 마리가 결정적인 한 입을 물어뜯는다.
나는 이미 그들의 타깃으로 그 판에 들어와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소개팅이라고 말을 해줬다면
나는 절대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나는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기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단순한 설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머리와 마음은 이미 이혼과 아이들의 문제로 너무 복잡했다.
게다가 그때 나는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편하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
스쳐 지나간 인연일지언정 그때는 그 편이 더 편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바로 그 사람이 나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이유는 황당했다.
내가 그에게 질투심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 친한 친구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질투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결국 나와 내 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도였다.
나중에 그에게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다시 그와는 좋은 친구로 남을 수는 없었기에,
절교 선언이라 받아들이고 굿바이를 외치려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분노와 배신감이 나를 가득 채웠다.
나도 그에게 똑같이 하고 싶었다.
진짜 질투를 유발하고 싶었다.
(그러지 말아야 했었지, 결국 나도 똑같은…)
그래서 나는 스스로 정글 속,
하이에나 무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이에나남에게 연락이 왔다.
“잠깐만, 시간 괜찮으면 만날 수 있을까?
나 할 말이 있는데…”
“저, 집에 가는 길이예요, 그럼 제 집 앞에서 뵐까요?”
그 사이 질투남은 나에게 전화를 했고,
통화가 길어졌다.
저 멀리 하이에나남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다음에 통화를 하잔 말을 뒤로 급하게 통화를 끊었다.
끊기가 무섭게 울리는 벨소리, 나는 급하게 소리를 껐다. 대화를 멈추게 하는 쉴세 없는 그 벨소리에 화가 나 마지막 전화를 받았다.
“저기, 잠시만요. 죄송해요…”
뒤돌아서 전화를 받았다.
“아 XX, 너 한 번만 더 전화해?! 전화하지 마!!!”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토끼눈을 하고 얼어붙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잘 못 들었어요 “
“아… 그게… 혹시 남자친구니…?”
“아니요. 그냥 친구인데, 이제 연락 안 할 거예요.”
잠시의 정적 후, 그의 한마디가 떨어졌다.
그 한마디는 예상치 못하게 툭 떨어졌지만,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하늘도 무심하게
사냥꾼이 설치해 둔 그물에 이미 걸려있었고,
하이에나는 그 그물에 걸린 사슴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다 마지막에 정확히 한 입을 물어뜯듯,
그 순간 나는 이미, 그 판 위에 물려 있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이미 물리신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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