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독후감 #5: 일편단심, 내 동생 -남동생 편-

난투극도 상담도 가능한 단 한 사람

by ClaireH

내 베프는 내 남동생이다.

연년생 남동생, a.k.a

나의 가장 오래된 ‘남자 사람 친구’다.


우린 우애 좋은 남매다.

아니, 사실은 내가 짝사랑하는 편에 가깝다.


어릴 땐 정말 동생을 많이 때렸다.

늘 동생은 안주거리 삼아 ”누나한테 많이 맞았다 “라고 놀려댄다. 그럴 때마다 곤욕을 치르곤 했다.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건 내 몫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넘어가면서 훌쩍 커버린 난,

늘 반에서 키 순서 뒤에서 두 번째, 세 번째였다.

나는 그를 만만하게 봤고, 엄마가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자 엄마 노릇이라도 하듯 쥐 잡듯이 잡았다. 그게 늘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판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혈투극을 방불케 하는 싸움에서 늘 그가 우세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린 한밤중에 무음으로 난투극을 벌인 적이 있다. (치사하게 암바를 걸었다… 쳇, 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그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었다) 이유는? 티브이 채널 때문이었다. 하하하…




동생과 나는 연년생이라 늘 같은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때까지 무려 9년을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

‘쟤가 내 동생’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거다. 점심시간마다 축구하는 동생을 향해 친구들과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동생은 너무 싫어했고, 나는 더 장난을 쳤다.


우린 성격도, 생김새도, 체질도 다르다. 그는 술을 전혀 못한다. 흔히 말하는 ‘알쓰’다. 그래서 회식만 하면 그의 팀장님에게 연락이 온다.


“얘 좀 데려가라~~~”




동생은 내 인생의 감정 쓰레기통이자 상담가다.

동생은 나와 대화를 시작하면 “성격 진짜 이상해.”

거나 “왜 그러냐?” 혹은 “이상한 사람일세.”

라는 말뿐이었다.

나와 다른 성격 덕분에 늘 예상치 못한 답을 준다.

들을 때는 불편하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집에 돌아와 곱씹어 보면 틀린 말이 없다.

그 덕분에 내 시야가 한 뼘 넓어진다.


요즘은 내가 오히려 동생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연애 상담 잘해주는 사람치고 본인의 연애 잘하는 사람 못 봤다. 태평하다 못해 여유가 넘친다. 타이밍을 자꾸 놓치는 모습이 답답해, 말이 자꾸 길어진다. 아마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말을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우린 함께 유학을 왔다. 집안이 기울어도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동생은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 아빠가 나를 더 밀어주셨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군대라는 이유로 꿈을 미뤄야 했고, 덕분에 나는 타지에서 미용 수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내 부름에 그는 한국 직장을 그만두고 시드니로 돌아왔다. 이상한 놈에게 빠진 누나를 구해내고, 자신은 또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다. 아직도 학생비자로 전전긍긍하며 고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비운의 남자’ 다.


나는 언젠가 이 죗값을 갚고 싶다. 그런데 그의 연애만 보면 내 인내심이 바닥나, 잔소리부터 쏟아낸다. 그래도 알아줬으면 한다. 그때 내가 울며불며했던 말이 진심이라는 걸.

“너 없이 내가 살 수 있겠냐.”

부디 나를 타지에서 혼자 두지 말아 다오.




성격이 하나도 안 맞는 남동생과 사이좋을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요?



-오늘의 교훈-


남의 연애사에 참견 말자.
그저 행복만 빌어주자.
그게 진짜 가족의 몫일지 모른다.


행복해라, My b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