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한마디가 깨운 진실

상처만 안겨준 누나의 고백

by ClaireH

동생이 오고 난 후,

왠지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동생이 온 뒤로 상당히 예민해졌다.

생각만큼 그의 기대치에 동생의 역량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교통딱지를 끊어오기 일쑤였고, 잦은 실수도 종종 있었다.


동생에게 방값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미안했지만,

동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나에게 푸는 그에게는 서운함이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크게 싸움이 터졌다.


그날도 어김없이 술을 잔뜩 마시고 늦게 들어온 그에게

나는 “왜 그렇게 매일 늦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는 회사 일이 힘들다며, 돈 쓰는 문제로 아이들까지 운운했다.

큰소리가 오가던 그때, 방 안에서 듣고 있던 동생이 참다 못해 나와 한마디를 던졌다.


“누나랑 결혼까지 생각하신다 하셨는데,

조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부담이 되신다면

아직 누나와 결혼할 준비가 안 되신 것 같아요.”


그날, 동생은 날 위해 그에게 맞서 주었다.

예비형부 이기 전에 현실은 직장상사였고

행여나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동생은 서슴지 않고 사실을 정확히 짚었다.


술이 깬 듯한 표정으로 창피함에 휩싸인 그는

고개를 숙인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늘 궁지에 몰리면 상대의 약점을 끄집어내 논점을 흐리곤 했고,

나는 그런 그와의 언쟁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그 후 몇 주가 지나면서 싸움의 골은 더 깊어졌고,

나 역시 지쳐갔다.


그러던 중 주말 축구를 하던 동생이 발목을 크게 다쳤다.


“어쩌려고 이래!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축구를 해!”


“괜찮아질 거야… 찜질하면 좀 나아지겠지.”


“아휴… 대체 누구야! 이렇게 만든 게 누구냐고!”




동생의 발목은 심하게 멍들어 걷는 것조차 힘들었고,

다음 날에는 딛는 것조차 불가능해 일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동생은 그에게 죄송하다고 전하며 하루 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알겠다고 간단히 답하더니, 몇 시간 뒤 동생에게 “그만두는 게 좋겠다”며 퇴사 통보를 내렸다.

물론 자기 관리를 못한 동생의 잘못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시드니로 왔던 동생에게 이렇게 단칼에 일을 짤리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화가 났지만

동생의 잘못을 덮어줄수 없단 회사 사정에 열을 내고 화를 낼수도 없었다.

아마도 그는 더 이상 동생을 감싸줄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 사건은 동생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실수도 있었고 부족함도 있었지만,

고생한 만큼 단숨에 잘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배신감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동생이 받은 그 상처를 지켜보는 나 역시 마음 깊이 아팠다.


그보다 더 크게 무너진 것은 그에 대한 내 마음이었다.

그는 가족 간의 우애보다 자신의 이익을 선택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와 그리는 미래는 의문만 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