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의문
그와의 다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비자 문제, 돈 문제, 가족 문제까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부딪힌 건 비자 문제였다.
제출해야 할 서류와 감독관에게 드릴 편지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했지만, 그는 늘 뒷전이었다.
영어가 편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려운 일인 건 알지만, 정말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라면 적어도 사전을 찾아가며라도 노력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 작은 기대를 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그는 ‘일’ 이외의 모든 것은 항상 뒤로 밀었다.
“바빠. 생각할 게 많아 , 내 어깨에 달린 사람이 많아.”
그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고,
정작 자기 인생의 중요한 문제조차 남일처럼 미루는 모습이 답답했다.
그의 대화 속에는 늘 ‘회사’ 뿐이었다.
추가 비자서류를 내는 날,
서류를 도와주시던 법무사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 거래하십니까? 거짓부부처럼 보여요,
저는 그런 케이스는 진행하지 않아요.
보여주신 증거 서류들을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문제가 큽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요.”
평범한 커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했다. 나 스스로에게 정말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다.
법무사마저 그렇게 보일 정도였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한편으로는 결혼식 준비도 진행 중이었다.
원래도 자주 싸웠던 터라,
준비 과정에서도 매번 부딪혔다.
‘정말 이 결혼이 맞을까’라는 물음은 늘 마음속에 남은 채로 말이다.
“나는 내 몸 하나 다 바쳐 희생하고 있는데,
왜 아무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걸까.”
그는 집에 오면 늘 죽겠다는 말만 내뱉었고,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위로만 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 중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회사 하나를 설립
하게 되었다. 설립 후엔 돈 문제로 자주 다투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그와 정리를 하며 알게 되었지만 그는 내가 전남편과의 이혼 후 받은 위자료를 자신의 회사를 위해 쓰길 원했던 것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도 , 내가 갖고 있던 재산도 모두의 것이 아니냐면서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고 불평불만 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늘 나에게 돈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건네었던 것이었다.
그와 싸울 때는 치열하게 싸웠다,
서운한 얘기, 바꿔줬으면 하는 부분을 나열하면
늘 그는 나의 문제점을 꺼내오곤 했다.
그 이야기의 끝은 감정만 상한채 끝이 나버렸고 그다음 날은 어김없이 다른 사람처럼
나를 어르고 달래며 앞으로의 미래가 좋을 거라며
앞으로 벌어들일 돈의 값이 어느 정도 일거라며 나와 함께 하면 앞으로의 삶은 힘들지 않을 거란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늘 이런 식의 사탕주기는 그의 끈을 놓지 않게끔 하는 그의 술수였다.
늘 온탕과 냉탕에 내 정신마저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중,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하….
아기였다.
마냥 기뻐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 와중엔 그는 너무 좋아했다.
눈이 반짝였고, 여기저기 자랑하기 바빴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은 처음이었다.
나는 불안 속에서도 잠시나마 휴전선언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몇 주 뒤,
나와 그, 그리고 내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기 전, 슈퍼에 들렀다.
물건을 고르던 중, 어떤 여자가 다가와 반가운 듯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오빠!”
나는 멈칫했다.
“누구야?” 하고 묻자 그는 눈을 피하며 짧게 답했다.
“어?.. 아.. 아니야…”
여자는 곧바로 등을 돌려 황급히 슈퍼를 빠져나갔다.
쌔… 했다.
여자의 태도, 그의 반응.
모든 게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