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OOO을 얻는다.
미라클 모닝 5일 후 내가 얻게 된 것
나는 아침잠이 참 많았다. 잠을 항상 얕게 자서 그런지 자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일찍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도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서 그냥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대학생 때는 지옥의 1교시를 수강하는 날이면 지각하거나 쿨하게 수업을 들으러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정도 되면 자신의 기질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자 할 수도 있을 텐데, 왠지 여유로운 아침이 있는 부지런한 삶을 포기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나의 게으름 때문에 여태까지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더라도, 목표를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은 힘든데 적응이 되면 괜찮다는 소리도 들었고, 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서 좋다고 말하는 아침형 인간의 삶, 언제 한 번 제대로 해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평생 해오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동기 부여, 즉 보상이 있으면 확실히 잘 해낼 수 있었다. 온라인 아침 요가 클래스 중에 6시 45분부터 7시까지 단 15분 동안 요가를 진행하고 수강 인증을 5일간 완료하면 수강비 오천 원을 환급해주는 솔깃한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이거다 싶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이 사실을 동네방네 알리고 다녔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해보고 후기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고작 오천 원이라면 알람을 끄고 자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그들은 보상과 페널티의 규모가 목표에 도달할 만큼의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새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고 싶었다. 꼭 이겨내리. 그들이 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내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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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6시 35분에 맞추고, 하루가 아쉬워 늦게까지 자지 않던 평소와는 다르게 12시 전에 잠자리에 누웠다. 잠이 오려나 싶긴 했지만 눈 떠보니 아침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10분 뒤에 수업이 바로 시작이기 때문에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는 눈꺼풀을 끌어올리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요가 매트를 깔고 탭을 켜서 온라인으로 요가 수업에 입장했다. 다행히 내 얼굴을 카메라에 비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요가를 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45분이 되자 선생님의 인사와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가부좌를 틀고 호흡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몇 번의 호흡 후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느라 뭉쳤던 어깨와 목 주변부를 풀어주고 팔과 등, 가슴을 풀어주니 시원했다. 15분이란 시간은 금방 갔고 그 시간 동안 잠을 깨고 하루를 준비할 상태가 되었다. 수업이 종료된 후 곧바로 수업 화면을 캡처해서 오픈 카톡방에 운동 인증을 했다. 이렇게 첫날은 무사히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정이면 나머지 4일도 거뜬할 느낌이 들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여유를 부리며 핸드폰을 좀 하다가 출근할 준비를 했다. 다시 잘까 싶긴 했지만 애매한 시간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출근하고 나서는 역시나 졸렸다. 하품이 계속 나왔다. 일찍 일어나 하루가 길어진 탓에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점심시간에 쪽잠을 잘 수 있는 사무 환경이었다. 뭐 안마의자나 그런데 앉아서 편하게 자는 정도는 아니지만, 눈을 붙일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낮잠을 중간에 잔다고 하더라도 아침에 눈 뜨는 건 익숙해지지 않았다. 둘째, 셋째 날로 갈수록 점점 적응되어가는 게 아니라 피곤이 누적되는 느낌이었지만, 오천 원 환급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아침 요가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오후에는 항상 머리가 개운해서 좋았다. 낮잠을 자고 나면 다시 활력이 채워지니 하루를 알차게 쓰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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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일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금요일쯤에 깨달았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명치 부근이 조일 듯이 아팠다. 온 신경과 혈관이 명치 쪽에 쏠리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머리에는 산소가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개운해지고 있는 게 아니고 점점 멍해지고 아파지기 시작했다. 체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느낌이 뭔지 알고 있었다.
허우대도 멀쩡하고 주기적으로 운동도 하는지라 말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짐작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나는 살면서 쓰러진 경험이 있다. 지병이 있다기보다는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이 있어서 상태가 좋지 않으면 몸에서 한 번씩 신호를 보낸다. 다행히도 증상이 심한 편이 아니라 살면서 두 번 정도만 쓰러졌고 한 두 번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에 바로 집으로 돌아와 누워버렸다. 몇 번 쓰러지고 나니 전조 증상을 알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명치가 압박되는 듯한 고통과 머리에 산소가 가지 않는 듯한 두통이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통증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번에는 본래의 기상 시간보다 이르게 일어난 게 원인으로 추측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마다 적정 취침 시간이 있어 그 시간을 지키면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 나의 경우에는 취침 시간뿐 아니라 기상 시간도 지켜야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몇 주만 지나면 기상 시간을 당길 수 있다는 데 나는 예외였다.
이 증상이 실신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던 도중에 불현듯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이 년 전에 어쩔 수 없이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본가에서 출퇴근할 때 새벽 6시 전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었다. 10시에 자려고 누워서 취침 시간을 7시간 지켜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예민해지고 항상 기력이 없었다. 이런 생활을 청산하려고 돈은 못 모으겠지만 몸이 편하게 먼저지 하면서 독립을 한 게 일 년 전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바로 출근해서 그렇지, 이것도 미라클 모닝이기는 했다. 그러니깐 이 년 전에 미라클 모닝을 내 루틴으로 가져가지 못했고 실패했었다는 말이다. 역시 직주근접이 짱이지 하면서 집을 알아보던 게 엊그제인데 어떻게 이런 중요한 일을 까먹을 수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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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일을 어찌어찌 마무리하고 병원을 방문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위경련이니 주사를 맞고 가라고 했다. 그래도 컨디션이 목요일부터 서서히 안 좋아졌기 때문에 금요일에 요가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결국은 오천 원 환급에 대한 기준은 통과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로 아침형 인간이나 미라클 모닝에 대한 미련을 한 톨 남김없이 털어 버렸다. 요가를 하는 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좋은 것은 알지만 아침 일찍 기상해서 하는 것보다는 퇴근 후 저녁에 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으면 퇴근 후에 시간을 알뜰히 쓰면 될 일이었다. 오천 원을 환급받았지만, 병원비는 그거에 배는 나와서 완전 손해인, 나의 미라클 모닝은 이렇게 상처만 남았다. 결국 미라클 모닝이란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로 하루를 시작하는 행위이기 보다는 일찍 일어난 자체가 미라클이며, 나에게 앞으로는 미라클 이브닝은 있어도 미라클 모닝은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위경련만 생긴다는 사실을 가슴 속에 새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