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짙은 눈썹이 풍성하다 못해 눈썹 파마를 할 수 있을 만큼 눈썹 부자인 영국인 할아버지가 있었다. 콧수염까지 부자셨는데 양눈썹까지 합치면 안면에 삼위일체의 체모라인이 형성되는 마성의 매력남. 입과 입술은 어찌나 크신지 어릴 적 애청했던 '달려라 하니'의 '고은애'(홍두깨 부인)와 같았다.
설마 KFC할아버지를 떠올렸다면? 틀렸다 땡이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원조 할아버지는 백발이시고 안경을 끼셨다. 턱수염도 있으셨다. 1946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명언을 남기셨는데, 그 내용을 지금 공개한다.
소비가 '미덕'이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바로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 케인즈 할아버지는 투자의 귀재라고 알려졌는데 엄청난 부자셨다고 한다. 저런 관상이 돈 많이 벌 관상인가? 참고로 나는 경제학을 짝사랑했지만, 경제학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고 다른 친구와 사귀었다. 참고로 본 글은 경제학 이야기가 아니며 경제학적인 반박에는 나보다 똑똑한 당신의 말씀이 무조건 맞다.
경제라고는 일자무식이어도 경제학의 시조새쯤 되는 케인즈 할아버지에게 이것 만큼은 꼭 물어보고 싶다.
"할아버지! 소비도 적당히 해야 하는 거 맞죠?" 대답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몽클레어로 조롱당하는 대한민국의 진짜 평균은?
심장에서 보내는 혈액이 손끝과 발끝까지 힘차게 순환되어야 수족냉증이 오지 않는 것처럼 경제도 순환되어야 경제 냉증(경기 냉각)이 오지 않는다. 그윽한 눈썹의 영국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경기가 순환되려면 소비를 해야 맞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수입을 만든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 사회를 보면 과소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외신도 이것을 조롱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고결한 귀족 가문처럼 느껴지는 겨울패딩의 명가 '몽클레어'. 바다 건너 동아시아에 몽클레어 가문이 되고 싶어 안달 난 대한민국 양반가의 후손 이야기를 영국의 유력 일간지에서 다루었다. 웃프다 못해 굴욕스러운 기사의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다. 모두 소개하면 핵폭탄 발사 스위치를 누르게 된다. 우리 모두 핵분열 에너지로 흔적도 없이 영혼까지 녹아내리니 그것만큼은 참기로 한다.
한국인들은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하는데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한다 (파이낸셜 뉴스中)
주거의 표준도 상당히 올라가서 신혼부부들이 당연시 여기는 집의 크기도 매우 커졌다. 자동차의 사이즈도 많이 커졌다. 모든 게 커지고 통도 커졌다. 반면, 실질임금이 소비 증가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상승했을지 의문이다. 돈 잘 쓰는 것도 전 세계 1등이지만, 노년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국가 중 단연 1등. 불행한 것도 1등인 대한민국의 삶.
우리 시대의 평균점은 어디쯤 일까? 상향평준화 시기에는 평균만 따라가도 하늘에서 떡이 내려오니 입만 벌리면 된다. 하지만, 하향평준화 시기에는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진다. 빨리 입을 닫지 않으면 강냉이가 털린다. '평균적'인 과소비로 인해 '평균적'인 노년층 빈곤에 같이 시달리고 '평균적'으로 노년에 함께 폐지 주으러 가면 어쩌지? 걱정이 밀려온다. 결국, 평균이 중요치 않다.
거꾸로가 주는 재미와 함정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
전 국민을 폭소하게 만든 영화 내부자들의 유명한 대사다. 실제로 이 대사는 배우 이병헌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무식한 조폭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대사를 바꾼 것이다.
이 대사가 재밌었던 이유를 엑스레이로 촬영해 보자. 판독결과는 단순했다. 장소와 물건이 '거꾸로' 뒤집혔기 때문. 몽클레어와 대한민국도 어딘가 '거꾸로' 된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몽클레어를 사는 건지... 몽클레어가 대한민국을 사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몽클레어인지 멍클레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프랑스 귀족 가문의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다. 패션을 사랑한 전설 속에 내려오는 몽클레어 가문.
꿈속에서 만난 케인즈 할아버지의 쓴소리
프랑스 귀족 몽클레어 가문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부자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무한 상상력으로 꿈속에서 케인즈 할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개인적인 조언을 받았는데 "복리의 효과 잊지 마시고 똥차 타며 아끼는 돈을 지혜롭게 운용하세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밖에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아래와 같이 남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들께..
안녕하세요 저 세상에 있는 케인즈입니다.
자본주의도 나라 별로 컨셉이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방한 한국은 노년에 받을 연금이 적습니다. 유럽이나 캐나다 등에 비교하면 적게 내고 적게 돌려받는 나라예요. 그러니 과소비는 조심하고 돈 아껴 쓰자고요.
할아버지가 정말 마지막 이야기라면서 강한 어조로 귓속말을 해주셨다.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미친 덕'이네
이제 '똥차 실험'의 2부 '똥차 OUTSIDE'가 시작됐습니다.
주변 눈치 보며 살아가는 자신과 대한민국의 삶을 바라보는 이해의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