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타면 행복할까?
당신은 1억짜리 고급차 운전자다. 만일 당신에게서 고급차를 빼앗고 똥차를 주면 기쁘게 탈 수 있을까? 부자가 망해도 작은 집으로 이사 가거나 작은 차를 타는 다운사이징은 고통스럽다. 오죽하면 "집과 차는 줄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까? 물론 나는 업무상의 이유로 능력에 비해 좋은 차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자동차 거품 빼기'를 경험해야 했다.
슈퍼카를 꿈꾸던 자수성가형 부자가 슈퍼카를 사더니 금방 되팔았다. 거품 빼기 이후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부질없더라고요. 페라리 타니 초등학생들이 제일 좋아하고 알아봐 줍니다" 부자들의 이런 고백에 대해 들어보면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는 것은 잠깐이고,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난 슈퍼카 살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요"라고 말할 사람이 물론 많을 것이다. 사실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우주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의 우주 체험기를 신뢰할 수 없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소비를 통한 장기적 행복감을 확인하려면 자본주의의 천국과 지옥을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좋다. 결국, "가난과 풍요의 경험을 모두 해 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그들이 "소비를 통해 행복할 수 없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순도 100%의 경험담이니까.
요즘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과소비 문화를 풍자하는 글과 이야기가 많다. 소비를 통해 장기적인 행복이나 만족을 느낀다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과소비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슬프게도 "나도 이 정도 살 수 있는 레벨이야"라는 식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함일 것이다.
똥차 실험의 서막
이 책은 "아껴서 잘 살자"라는 식으로 SNS상에서 흔한 건강한 재정관을 논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소비 이슈를 넘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해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왜 우리는 이토록 타인의 시선에 맞춰 눈치 보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 나름의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똥차는 페이스메이커처럼 저자의 인생 마라톤을 1년 이상 돕는 중이다.
사실 오감이 예민한 편이라 차를 주행하며 느끼는 주행감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편이다. 취미가 '자동차 주행리뷰 보기'인 만큼 승차감이 좋은 차를 많이 타고 다녔다. 자동차의 기본기를 중요시하며 중고를 사더라도 브랜드보다는 성능을 기준으로 차를 타고 다녔다. 그럼에도 생활비를 아끼고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소시민적인 이유로 차를 팔고 800만 원짜리 파란색 중고차를 샀다. 시퍼런 색이라 파랑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중고 똥차 파랑새가 주는 승차감은 솔직히 별로였다. 다만, 유류비와 세금 등 절약할 수 있는 메리트가 커서 계 타고 다녔다.
사람 만나는 일을 자주 하는지라 의전용으로 라도 좋은 차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을 만나는 상황이 많아서였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채 똥차가 컴플렉스가 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점점 고객이나 지인을 만날 때 차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는 스스로 "자존감이 높고 남들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산다" 생각했다. 그런 내가 똥차를 타며 남을 많이 의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아침드라마에서나 보던 출생의 비밀처럼 충격을 받았다. "나도 결국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속이 쓰렸다.
그때 "똥차를 타며 삶의 주도권을 빼앗긴 식민지 같은 정신세계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몹쓸 관종력과 창의력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다! 막상 똥차를 몰고 다니니 내 안의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허영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자신을 마주하기가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내면을 관찰하는 글을 써내려 갔다. 숨기고 싶을수록 더욱 노출하고자 노력했다. 이성적이어야 할 때는 검찰 수사처럼 몰아쳤고 감성적이어야 할 때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내면을 다독였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마음속에 사는 기쁨이, 소심이, 불안이, 부럽이 등을 어르고 달래며 인터뷰했다.
'똥차 실험'에서 자동차 마니아인 저자는 수입차를 팔고 똥차를 타며 자신의 허세와 사회적 편견에 의문 부호를 던졌다. 그리고 1년간 "똥차여도 나는 당당해"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행을 기록했다.
똥차 실험은 크게 2부 구성이다.
1부 '똥차 INSIDE'는 차 때문에 민망했던 일, 행복했던 일 등 똥차와 관련된 재밌는 경험을 생생히 전달한다.
2부 '똥차 OUTSIDE'는 '나답게 살기' 위한 자기 이해의 여정이다.
똥차를 통해 식민지 사회를 바라보다
개인 이야기를 쓰다 보니 결국 우리 시대가 갖고 있는 아픔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는 SNS를 통해 타인의 최상의 모습만을 관찰한다. 자랑하고 싶은 것만 올리는 SNS특성상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지인들의 자랑짓을 지켜보며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복통을 느낀다. 호캉스 사진, 수입 자동차 키를 은근히 보여주는 설정샷, 명품 가방샷인지 인물 샷 인지 헷갈리는 사진 등 이 그런 예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주체성을 상실한 채 쇼윈도에 갇혀 보여주기 식 인생을 사는 관찰 예능 사회. 남의 인생의 주인인지 내 인생의 주인인지도 모른 채 관종이 되어 자기 결정권을 반납했다. 부지런한 국민성답게 타인 눈치 보며 사는 인생에도 매우 성실하다. 815 광복 이후 주권국가로 살아가는 듯 하지만, 주권을 상실한 이상한 사회다. "나답게 사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는 결국 주체성 없는 식민지와 무엇이 다를까?
혹자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고 암울하다 말하지만, 아직은 살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겸손하게 자기 내면을 들여보고 분수에 맞게 진심을 다해 살아간다면 훨씬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다.
'똥차 실험'은 자신과 타인을 관찰하는 돋보기가 됐다. 내 안에 잠자던 은근한 과시욕을 관찰했고 똥차 탄다고 깔보는 시선도 경험했다. 타는 차보다는 사람 됨됨이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소중한 인맥을 발견하기도 했다. 똥차를 타며 아낀 돈으로 칠순노모의 인생 첫 집 마련을 도운 일, 대학생 시절 똥차 타며 3년간 푸드트럭을 운영하여 MBC TV, 신문, 잡지 등에 출연했던 시절의 추억여행도 기록했다. 그밖에 한남동 건물주임에도 알바로 대리운전 하시는 기사님에게 똥차 탄다고 칭찬받은 사건 등 똥차라는 제한적 소재를 통해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 책 '똥차 실험'에 녹였다.
똥차 실험은 타인의 시선을 뛰어넘는 담넘기 비법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도 '나답게 살기'을 고민하며 '자기 이해'라는 귀한 선물을 얻었다. 그 선물은 지금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제 '똥차 실험'과 함께 마음여행을 떠나보자. 당신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조명해 줄 '똥차'는 무엇인가? 부족한 작가의 글이지만, '똥차 실험'이 당신의 삶 속에 작은 울림이라도 있길 바란다. 똥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에서 향긋한 사람냄새를 느끼길 소망한다.
작가 돌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