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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돌프 Oct 25. 2024

7. 엄마랑 아빠는 부부지만 일심동체는 아닌 것 같아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는 고장군과 조물주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우리 집에 있는 한 부부는 25년이 다 되도록 각개전투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장군의 대열에 아빠가 발맞추는 편이다.

그 이유는 두 분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장군은 딸부잣집 넷째 딸이다.

조물주는 할머니 연세 마흔 가까이에 귀하게 얻은 유일한 아들이다.


이모들은 유일한 아들이자 장남인 외삼촌과 차별받지 않고 자란 편이다.

고모들은 남아선호사상에 치였던 유년시절을 아직도 기억한다.


외할머니는 고장군이 교복을 벗기도 전에 떠나셨다.

친할아버지는 조물주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 떠나셨다.


20대의 고장군은 경제적, 주거적으로 독립했다.

20대의 조물주는 늘 가족과 함께였다.


고장군은 가을엔 산을 타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활동적인 여성이었다.

조물주는 야구를 눈으로 즐기는 덜 활동적인 남성이었다.


30살 고장군의 자차 조수석에 32살 조물주가 탔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지도를 봐야 했는데, 조물주는 장롱면허에 길치였다. 다행히 운전을 기가 막히게 잘했던 고장군이었기에 둘의 데이트는 문제없었다. 늘 지각하는 고장군을 군말 없이 기다리던 조물주도 큰 역할을 했다(스마트폰 없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혼주의자였지만 30대에 들어서며 친구들이 시집가자 흔들린 고장군과 그녀의 미모와 인품과 능력에 끌렸던 조물주. 사계절을 겪기도 전에 신랑 신부가 되었다.

작게는 식성부터 크게는 경제관념까지
이렇게나 다른 줄 알았다면 고민했을 텐데.

가끔 고장군이 픽 웃으며 이야기한다.


에헤이, 그럼 우리 딸 아들이 없지

조물주의 리시브.


당신은 나랑 왜 결혼했어?
-(숨도 안 쉬고) 예뻐서!

 핑, 치면 퐁, 받는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왜 결혼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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