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님의 마지막 책, <눈물 한 방울을>을 읽고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숨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_이어령
나는 이어령 님을 잘 모른다. 초대 문화부 장관이셨다는 사실 정도만 알 뿐, 그분을 대면하거나, 강의를 듣거나, 그분의 저서를 깊이 있게 읽은 일도 없다. 그래서 3년 전에 돌아가실 대도 ‘어른 한 분이 코로나 시절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구나.’하고 느낄 뿐이었다.
아내가 책을 빌려왔다. 제본이 평이하지 않았다. 마치 고서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두꺼운 종이 지질에 오른쪽 면은 육필 원고가 그대로 있고, 왼쪽은 작은 글씨로 최소한으로 편집한 글이 있다. 그래서 외견상 두꺼워 보이는데 페이지는 많지 않고, 더구나 글도 많지 않아서 읽기는 쉬웠다. 아니, 읽기만 쉽고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은 2019년부터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쓰신 내용을 정리하여, 2025년에 발간한 책이다. 본인은 낙서장이라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낙서장을 없앨 힘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문장도 있다. 어쩌면 고인은 책으로 남기고 싶어 하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생애의 마지막을 예견하면서, 고통 속에서 쓰신 글들이 가슴에 남았다.
암을 진단받고 나서 통곡했다는 글에서 인간적인 면을 느꼈다. 그 강건하던 필체도 늙고, 병든 세월에 대해서는 약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구나…
이렇게 이어령 선생님을 조금 알게 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생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왜 제목이 ‘눈물 한 방울’일까? 이 물음에 답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없다. ‘아!, 대한민국’에서 눈물 한 방울, 연세 드시면서 감정에 솔직해지신 것인가, 자제력이 조금 떨어진 것인가. 고인이 되신 분께 직접 들을 수는 더더욱 없다.
다만, 자문자답(自問自答)하면서 나도 끝을 향해 갈 뿐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 답의 힌트나 끄트머리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세월의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 한차례의 폭우가 지나가고, 열대야가 다시 왔지만 시들해진 매미 소리는 8월이 지나감을 알려준다.
나는 인생의 마지막 무렵에 위의 다섯 가지 중에 무엇을 하고, 혹은 할 수 있을까.
인디언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네가 태어날 때 너는 울고 모두 웃었다. 네가 죽을 때 너는 웃고 모두를 울게 하라.” 그런 ‘나’가 되기를 모두 마음으로는 바라지만, 아무도 밝혀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야 한다.
“Memento Mori! (자신이 반드시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