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세대가 디지털 감성에 도전하다

캘리그라피와 데이터 라벨링

by 여문 글지기

재미있는 소일거리를 하나 발견했다.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이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고 나서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었는데, SNS에서 이 데이터 라벨링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작용하여 응시해 보기로 했다. 5060세대들도 많이 도전한다는 것이 자극을 준 하나의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부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이다.


네이버 사전에는 데이터 라벨링을 “수집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 각각의 위치, 크기, 대상에 대한 정보를 달아주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고도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주입해야 하는데, AI는 사람이 사용하는 문서나 사진 등의 데이터를 식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며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을 데이터 라벨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강아지 사진과 동영상 등에 대해 데이터 라벨러가 ‘강아지’라고 라벨을 붙이면, AI는 이러한 데이터들을 학습하면서 유사한 이미지를 강아지라고 인식하게 된다.”


약 2개월 만에 획득할 수 있는 배지 15개 모두 획득하였다.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한 초급과 중급의 교육과정을 통한 배지뿐만 아니라, 내친 김에 AIDE 2급 자격증과 검수자 자격까지 모두 획득하였다. 아직 부업으로는 평균치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도 모집공고에서 자격 때문에 탈락하는 일이 없는 데이터 라벨러가 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하다.


데이터 라벨링 배지 모음_20221003.JPG

한편으로는 아날로그세대가 디지털 시대에도 병존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사실이 더 기분 좋은 일이다.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아날로그가 더 친숙하다. 디지털 기기를 제외하고는 현재를 살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아날로그 장비에 대한 향수는 어쩔 수가 없다.


은퇴세대를 위한 여러 조언이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감이 가는 것 중의 하나가 은퇴 후를 위해 취미 생활을 준비하라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의 취미를 생각해 보았고, 그 중의 하나가 지금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였다. 학창시절에 서예를 잠깐 접한 경험이 있다. 꾸준하게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여 1년 만에 그만 두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미련이 남아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한의원 대기실에서 인서구노(人書俱老)라는 글을 보았다. 당나라 때 손과정이 지은 <서보>에 있는 말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사람과 글씨가 함께 늙어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글씨에서는 가수 노사연님이 부른 ‘바램’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림이나 악기 연주에서처럼 예술분야의 어린 천재들이 많지만 글씨에서 천재란 말은 없다고 한다. 역시 세월이 가면서 익어가는 글씨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느낌으로 다가 오는 것이다. 이제 세월이 가면서 아날로그 감성이 되살아나고 캘리그라피가 좋은 취미로 여겨지는 이유인가 보다.


서예가 몸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더 없이 좋은 취미이기는 하나, 이제 팔의 힘이 떨어져가는 마당에 다시 시작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캘리그라피는 그에 비하여 접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규칙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재료에 구애 받을 일도 없으니, 붓펜을 사용하니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한도 적다.


아직은 글씨가 덜 익어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펜과 종이를 앞에 하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연습하는 시간이 금방 간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중에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 지금은 아날로그 붓펜으로 종이에 쓰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펜을 이용하여 태블릿의 화면에 디지털 캘리그라피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영역확장에 제한은 없으니까 시대에 맞는 디지털 감성을 적용해 보고자 한다.


데이터 라벨링과 디지털 캘리그라피를 통하여 아날로그 세대도 충분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재능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서체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수업시간에 급하게 옮겨 적던 버릇이 굳어진 것 같다. 이제 어디에 직접 글을 쓸 기회는 점점 줄어들지만 더 잘 쓰고 싶은 혹은 잘 쓴다는 말을 듣고 싶은 욕망은 있고, 그래서 지금도 글씨 연습을 한다. 4B 연필이 글씨 연습에 좋다고 하여, 가끔씩 도구를 바꾸어 연습해 보기도 한다. 다양하게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 할만하다.


캘리그라피를 공부하면서 거리의 간판도 허투루 보이지 않더니, 데이터 라벨링을 공부하고 나서는 갑자기 4차 산업시대라는 말도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친숙해 지고 싶다. 상점에 구비된 키오스크도 이용해 보게 되고, 인공지능(AI)라는 말도 반갑게 들린다. 지갑 속에서 어렵게 카드를 꺼내는 것보다도 핸드폰에 내장된 페이를 이용하여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계산을 하는 등 이미 디지털 서대에 맞춰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아날로그 세대라고 디지털 시대에 뒤처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배움의 길은 끝이 없는 것이고, 생활의 일부가 된 디지털 기기들과도 더 친해져야겠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시대에 대한 용어들에도 거부감 보다는 호기심과 도전의 대상으로 보아야겠다. 데이터 라벨링이 4차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을 위한 필수 작업이지만, 그 과정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지 않은가. 아날로그세대의 꼼꼼함과 책임감으로 4차 산업시대의 핵심 중의 하나인 인공지능에 힘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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