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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Nov 04. 2023

안산 황톳길 맨발 걷기

가을에 건강 트렌드를 따라가 본다.

우리 동네에 건강 명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안산 자락길은 서울에서 걷기 좋은 명소로 이미 잘 알려준 곳인데 이번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500미터가 새로 추가되었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 준 모든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아스팔트길의 한쪽을 절개하여 걷어내고 오가는 사람들이 넉넉하게 지나갈 수 있는 너비에 황토를 덮었다. 견치석으로 고정하여 흙이 도로에 흘러내릴 염려는 없다. 우천에 대비하여 덮을 것도 마련되어 있고, 맨발 걷기를 마치고 나서 발을 씻을 수 있는 곳도 몇 군데 마련하였다. 중간에는 자그마한 황토 웅덩이를 만들어서 발목까지 빠지도록 만들어 둔 곳이 있는데, 여기도 만원이다. 


관리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지만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은 황톳길 위에 낙엽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들이 바람을 일으키는 장비를 이용하여 정리를 하고 계셨다. 제설도구로만 쓰이는 줄 알았더니 여기에도 딱 어울린다.


토요일 오후, 11월 날씨답지 않게 따뜻하여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두 번째 가는 길이지만 기대가 된다.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계속했을 때 효과가 날 텐데, 걷기 전부터 마음은 건강해진 느낌이다. 역시 심리적인 부분이 앞서는 것 같다.


황톳길에 들어서기 전에 마사토로 덮인 길과 아스팔트길을 먼저 걸어 보았다. 마사토 길은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는데 가금 굵은 모래가 있어서 발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아스팔트길은 맨발 걷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화학성분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황톳길은 발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황토 알갱이들이 뭉쳐진 곳이 있어도 지압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였다. 바싹 마른 길이 아니고 적당히 젖은 길이어서 감촉이 부드러웠다. 바쁠 것도 없는 발걸음, 비슷하게 바지를 걷어 올린 사람들과 어울려 느티나무가 동굴을 만들어주는 가을 길을 걸었다. 발뿐만 아니고 눈도 호사한 날이었다.

황토 웅덩이는 논에 모내기하던 기억을 소환하기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아주 작은 공간에 여려 사람들이 발을 움직이기도 하고, 가만히 서서 느낌을 음미하기도 하면서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은 없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황토웅덩이에 몰려 있는 모습 자체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렇게 건강에 좋다고 하면 얼른 눈이 가고 경험하고 싶어지는 것을 보니 몸의 상태가 내리막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에 좋다는 기사가 나오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실천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제는 눈길이 오래간다. 그럴 나이가 되었다.


곧 겨울이 오고, 내년 봄까지는 이용을 못할 것이다. 춥기 전까지 휴일만이라도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하산 길에 연희 숲속 쉼터의 국화와 허브는 가을 정취를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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