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문 글지기 Nov 11. 2023

화려한 가을의 끝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자양분을 남기기 위하여

노란빛으로 화려하던 집 앞의 은행나무가 옷을 벗었다. 아름답던 단풍이 갑자기 낙엽으로 변하여 주위를 온통 샛노랗게 물들였다. 은행나무도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 화려한 잎들을 모두 버리고 빈 가지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에 수강한 경력설계 교육에서 참석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항목에 따라 자기를 소개하면서 참석자들끼리 교감하는 자리었는데, 그 하나가 ‘지금 나의 계절은 어디인가요?’였다. 각자의 느낌이 다르듯 다양한 계절로 자기를 표현하여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개성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마무리하는 강사님이 말하는 계절은 ‘환절기’였다. 대부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거나 퇴직을 앞둔 중장년에게 어울리는 계절을 센스 있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참석자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생의 시기를 계절에 비유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맞지 않다고 여긴다. 1년의 달력은 겨울에서 시작하여 겨울로 끝난다. 그런데 보통 사계절을 말할 때는 봄을 앞세운다. 그렇다면 사람의 인생 시작을 계절로 비유하였을 때 겨울인가, 봄이 되는 것인가.


계절에서 식물의 성장만을 두고 말한다면 봄에서 시작하여 가을에서 멈춘다. 꽃피고 열매 맺는 과일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나무의 전성기는 가장 화려한 꽃이 피는 시기인가. 후손을 번식시킬 과일이 익은 시기인가. 그리고 나무에게 겨울은 또 어떤 의미인가.


지구의 계절은 공전에 따른 것이기에 반드시 반복된다. 그런데 인생은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은커녕 한 주기도 되지 못한다. 생명이 시작하는 시기를 봄으로 할 경우, 인생은 가을에 낙엽 지면서 끝난다. 반복되지 않는 인생에서 겨울은 아무 의무가 없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가장 화려한 시기는 낙엽지기 직전, 즉 중장년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연구에서 생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이 대를 조사하였더니 65세 전후였다고 한다. 일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고, 자녀들도 독립한 시기여서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시기를 앞두고 있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만족도 높은 삶을 만들어 갈지 상당히 기대하며 준비 중이다. 


나무는 가을에 열매를 맺어 후손을 만들고, 낙엽을 떨구어 내년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 자양분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변의 나무들과 함께 나눈다. 사람은 가장 왕성한 시기에 자녀들을 낳고 양육한다. 그렇다면 가을이 되어 자연에 돌려주고 서로 나눌 자양분은 무엇인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는데, 곧 후세가 기억한다는 말과 같다. 기억하는 이름은 선행과 지혜의 자양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봉사하는 활동의 기록을 남기고, 지혜가 담긴 글을 남겨서 그냥 사라지는 계절이 아닌, 화려하고 찬란한 가을이 되게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산 황톳길 맨발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