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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Jul 15. 2021

아침 10시 무엇을 하세요?

1,200원의 가치

평일 아침 10시.

혼자 있는 시간이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는 등원을 하고

최대한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해

아침 설거지는 등원 전에 하는 편이다.

등원이 늦어지더라도

한차례 힘을 빼고 집에 돌아와서

밀려있는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특히 설거지는 쌓여있으면

주방이 너저분해 보이고

정신이 혼란스럽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은 혼자 가 본 적이 없다.

밖에서 에너지를 받아야 집에서 생기가 돈다.



내성적인 것=혼자 있는 것

동일한 카테고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 반대의 사람.



요즘 나는 혼자 있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아침 10시면 너무 많이 덥지 않아

1,200원짜리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앞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 테이블과 의자에 조금 머무는 걸 하게 되었다.




커피숍보다도 이곳이 좋다.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자연미풍이 불고

편한 차림의 사람들만 조금씩 오고 가며

저속의 차가 이따금씩 지나가는 골목길.



쿠폰을 사길 잘했다.

1잔에 1,700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2,000원짜리 쿠폰을 사면 10잔을 먹을 수가 있다.

이름만 말하면

주인 언니가 알아서 쿠폰 종이에 표시를 해두고

다시 보관까지 해준다.



편의점을 갈 때마다 5,000원을 아낀 거야.라는

느낌으로 내가 꽤 살림꾼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쿠폰에 남아있는 횟수를 보며

남편에게 내 이름 대고 마셔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할 걸 상상하며 피식거린다.


그곳 한편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아주 편안하게 걸터앉아

줄 노트를 슬쩍 꺼내본다.

병이다.

먼가 노트랑 펜은 있어야 할 거 같다.







옷 입자. 밥 먹자. 나가자.

수십 번 어르고 달래며, 에너지를 쏟고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

눈앞에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해보는 시간.



핸드폰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충전을 하는 것처럼

나의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일 줄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반응을 최소화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처리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일 줄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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