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고 드는 생각
"나 근데 아이들 데려가도 돼?"
"언니, 로이랑 놀아야 하니까 꼭 데리고 와요^^"
오늘 스튜디오에 친한 언니가 오셨다.
4살 동갑내기 친구와, 9살 누나와 함께
오랜만에 신난 아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누나~누나~하고 따라다니며" 몇 시간을 그렇게 놀더니..
유모차를 끌고 집에 가는데, 그가 이미 잠이 들었다는 것을 뒤통수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수월하게 아이를 눕히고, 나는 유난히 더운 여름 날씨를 이기기 위해 샤워를 했다.
고
요
하
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공기의 흐름이 시작되었다.
건조기를 돌린다고 창문을 열어두었기에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차 소리가 뒤엉켜
백색소음을 만든다.
아이는 자고 있고, 나도 피곤해서 눈꺼풀이 잠기지만, 이 글을 쓰고 있다.
하루 중, 이런 고요함의 기회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정말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
일상의 소중함은 그것이 사라졌을 때 느낄 수 있다.
내가 고요한 이 공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전 내도록 왁자지껄하게 보낸 탓일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게 된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어떤 걸, 못하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욕망은 반대의 에너지가 아주 많이 커진다.
이런 상황들이, 좋은 점(?)이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뒤엉켜 있는 내 삶을 정리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
그것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한 것.인데
일상이 그저 평온, 순탄한 인생이었다면
글쓰기라는 새로운 일을 접할 수 있었을까?
.
고민하는 시간.
요즘 나의 고민은 오픈을 앞둔 렌탈스튜디오 홍보이다.
한참 인테리어 할 때에는, 만들자!라는 에너지를 쏟았다.
지금은 홍보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어제는 정말 보이지 않던 길이 오늘은 약간의 회색빛으로 희망을 느꼈다.
단지, 어제와 오늘이 바뀌었음에도.
고민의 온도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이 신기하다.
고민하자. 그리고 해보자.
해보면서, 또 고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