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되지 못한 마음

감성 조각

by 비새


책상 위에는
오래된 잉크병이 하나 놓여 있다


겉은 여전히 반짝이지만
안은 이미 말라 버려
글자 하나 새겨내지 못한다


펜촉은 종이를 향하지만
적고 싶은 문장은
늘 종이 위에서 멈춘다


사랑도
마음은 있는데 흔적으로

남기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고 싶지만


내 일상은 늘

바쁘게 나를 삼키고


꿈을 위해 쏟아붓는 시간은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끝내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 채


쓰이지 못한 문장처럼
남겨 둔다


가끔은 모든 걸 흩어버리고 싶다
꿈도 사랑도 다 내려놓고


빈 페이지 앞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웃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펜을 놓지 못한다


마른 잉크병이라도
언젠가는 다시 채워질 것을 알기에


사랑도 글도 결국은 여유라는

잉크가 채워져야 비로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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