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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 영원한 내 친구

by 레지널드

나는 학창 시절 전부와 20대, 그리고 30대 중반까지

서울 노원구에서 보냈다.


결혼하고 나서는 광진구로 거처를 옮겼다.

노원구와 광진구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랑천이 흐른다는 것.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하여 의정부를 거쳐

서울의 많은 자치구를 지나 한강으로 유입되는 큰 하천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혹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한 번쯤은 보셨을 수도 있다.

노원구와 중랑구에 위치한 공립학교들의 교가에도 종종 등장하는

중랑천, 이곳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중랑천봄은 아주 이쁜 벚꽃개나리들이 만발하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수많은 장미들이 화사함을 더한다.

매년 이곳에서 펼쳐지는 장미축제는 지역의 대표행사이기도 하다.


가을엔 코스모스가 코 끝을 향기롭게 반겨주며 사시사철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 중랑천.


운 좋게도 노원구에서 살던 집도 그렇고 광진구에서 살고 있는 집에서도

도보로 10분이면 중랑천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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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중랑천을 자주 찾는다.


중랑천을 끼고 걸으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건강에 이롭다.


천변을 걸으면 최소 30분 이상은 걷게 된다. 그러다 기분이 좋으면

가끔은 뛴다. 가슴이 터질 듯이 뛰다가 다시 걷기도 하고.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인터벌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그곳에서 나처럼 운동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나 게이트볼을 치고, 맨손체조를 하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약간의 반성과 함께 각성도 된다.


둘째, 고민이 줄어든다.


어쩌면 첫 번째로 언급한 장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나는 고민이 많을 때 중랑천으로 나가 물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럴 땐 음악도 듣지 않고 물과 내 걸음에만 집중하며 걷는다.


1시간가량 걷다 보면 그전의 내 모습과는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민이 전부 다 해결됐다' 까지는 아니어도


고민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그 크기 또한 최소한 절반이상 줄어들고 자신감은 반비례하여 커진다.


셋째,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


중랑천은 수많은 인구가 사는 도시에 위치해 있으며

높은 건물과 아파트, 그리고 끝없이 차량이 오가는 동부간선도로에

둘러싸여 있다.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이상 수심도 그다지 깊지 않다.


그러나 중랑천에는 많은 물고기와 새, 식물들이 산다.

그리고 그들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성인 남자의 팔뚝만 한 물고기들, 그리고 그 위를 유유자적 다니는

오리들, 종(種)을 알 수 없는 조류들을 바라보면

왜인지는 몰라도 마음 한편이 편안해진다.


어떨 때는 자라도 눈에 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물멍'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아닌가.


나는 이런 중랑천을 사랑한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이 중랑천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남쪽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폭도 점점 넓어지고

수심도 깊어지며 한강이 나오는데 그때는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함께 상쾌함이 치솟는다.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지금의 중랑천이 있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중랑천은 온갖 쓰레기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리고 장마철 폭우가 내리면 거기서는 악취와 함께 엄청난 모기떼도 만들어지고

지금과 달리 지역민들의 외면과 비난을 받던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이들과 소풍을 나와도 좋은 장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과정을 쭉 봐온 나로서는 더 애착을 가질 수밖에..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했던가,


그 이치를 품고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흐를 중랑천과

나 또한 늘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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